[변호사 칼럼] 하도급법 제17조 ‘부당한 대물변제의 금지’의 의미
[변호사 칼럼] 하도급법 제17조 ‘부당한 대물변제의 금지’의 의미
  •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 승인 2022.11.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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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법 개정으로 수급사업자 의사 여부 불문 대물변제 금지
현행법상 신축 후 미분양된 부동산 양도는 부당한 대물변제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남상진 법무법인 산하 기업법무팀 수석변호사

약정된 공사대금 일부를 신축 건물 중 미분양된 부동산을 양도함으로써 그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는 일종의 ‘대물변제 약정’이 포함된 공사 도급계약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공사대금에 대한 대물변제 약정은 해당 공사 도급계약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경우 제17조에 규정돼 있는 ‘부당한 대물변제의 금지’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

구 하도급법(2017. 4. 18. 법률 제14814호로 개정돼 2017. 10. 19. 시행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여’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문언의 의미상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대물변제만 금지되는 것이지, 수급사업자가 동의하는 등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 대물변제가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물변제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나 합의를 가급적 인정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다수였으나,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적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거로 당사자의 합의를 가급적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하도급법 제17조는 ‘의사에 반하여’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하도급법의 제정취지가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원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억제하고 수급사업자의 열위(劣位)적 지위를 보완하여 하도급거래가 상호보완적인 협조관계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려는 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열위적 지위에 있는 수급사업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원사업자의 의사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에 동의 또는 승낙하는 경우에는 ‘의사에 반하여’ 지급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경우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정도의 강박에 의한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나, 『당초부터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상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경우까지 하도급대금을 약정한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사업자의 부당한 대물변제’에 해당하여 금지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도급계약상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선급금의 지급방법에 관해 원사업자가 신축한 주택 및 상가들로 대물변제하기로 당초부터 약정한 이상 공사 선급금을 부동산으로 대물변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하도급법 제17조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 참조).

그런데 2017. 4. 18. 하도급법 제17조 제1항이 개정되면서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문구가 삭제됐는데, “원사업자가 하도급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내심과 달리 대물변제를 원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게 함으로써 합법적인 대물변제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을 이유로 하도급법이 명시한 제한적인 경우에만 대물변제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려는 것”이 그 개정 취지이다.

따라서 현행 하도급법 제17조 제1항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합치되는지 반하는지를 불문하고 대물변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 또는 수표가 부도로 되거나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 또는 금지된 경우(제1호)’, ‘원사업자에 대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산신청, 회생절차개시 또는 간이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이 있은 경우(제2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원사업자에 대하여 공동관리절차 개시의 의결을 하고 그 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가 발생하고, 수급사업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제3호, 하도급법 시행령 제9조의4)’와 같이 법에 명시된 경우에 한해 부당한 대물변제가 아니라고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하도급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공사 도급계약에서 신축 후 미분양된 부동산을 양도함으로써 공사대금의 일부 또는 전부의 지급에 갈음하도록 하는 대물변제 약정은 하도급법이 명시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부당한 대물변제 약정이 되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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