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다리를 만들려면
주거사다리를 만들려면
  •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승인 2022.09.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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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뿐만 아니라 모든 무주택 임차가구가 혜택 누리도록 해야
주거 안전망 확보해 주거사다리서 떨어지는 일 없도록 할 것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주거사다리는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 개념 중 하나이다. “최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상향 어려움은 가중된 반면 주택구입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내 집 마련 프로그램은 부족”함에 따라 주거사다리가 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끊어진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해서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 등의 공급을 추진하고, 임대·분양을 혼합한 민간분양주택의 신 모델을 도입하며, 토지임대부주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해보면, 전체 무주택 임차가구 중 향후 주택구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가구는 약 75%에 달한다. 
즉 전체 무주택 임차가구의 3/4이 주택구입을 여전이 희망하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방향 하에서 제시된 전략들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주거사다리는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집 등의 주된 입주대상이 청년과 신혼부부로 설정되어 있으며, 9월 중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으로 세부내용을 발표하겠다는 것으로 볼 때, 주거사다리 정책의 주된 대상은 청년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사다리가 필요한 가구는 청년뿐만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무주택 임차가구 모두이다. 주거실태조사 자료로 추산해보면 이 가구들은 전국 기준 546만 가구이며, 이 중 가구주 연령이 34세 이하인 청년가구는 181만 가구로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거사다리 정책은 청년주거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무주택 임차가구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제공될 정부의 일반적 솔루션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주거사다리가 작동하려면 현재 가구가 처한 위치에, 가구가 손을 뻗을 수 있는 곳에 사다리를 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현재 대상 가구가 어떠한 규모의 주택이 필요한지, 얼마만큼의 주거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에 입지가 필요한지 등을 알아야 제대로 된 주거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이와 같은 정책수립의 기초 정보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특화설계, 시세 70% 이하, 50만 호, 3기 신도시 등의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시세 70% 이하로 제공되면 대상 가구들이 충분히 주거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가? 50만 호라는 물량은 주거사다리가 당장 필요한 가구의 입장에서 충분한 물량인가? 3기 신도시 등의 입지는 고용중심지 등 대상 가구에게 있어 필수적인 입지 요인을 고려한 것인가? 특화설계로 주택의 사양을 높여 부담해야 할 주거비용을 높이는 것이 적합한가, 아니면 부담가능한 가격대로 최소한의 사양을 제공하는 것이 적합한가? 사다리는 어디에서 끊겨 있으며, 이를 잇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꼼꼼하게 마련하지 않는다면 대상 가구가 이 주거사다리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거사다리는 결국 대상 가구의 현재 상황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조사, 정보기반 구축에서부터 시작되어야하며, 이 점에서 대상 가구 전체에 대한 대기자명부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
주거사다리는 첫 번째 가로대를 오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의 가로대에서 손이 닿을 만한 곳에 또다른 가로대가 제공되어야 한다. 
즉 1인 가구에서 2인 가구, 2인 가구에서 3인 가구 등으로 가구의 생애주기가 변화할 때 그에 적합한 주거상향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첫 가로대를 오르게 하는 1회성 지원은 주거사다리 정책으로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주거사다리에 올라탔다고 정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이 가구의 생애주기에 걸쳐 주거안정, 내집 마련 등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주거사다리 정책의 핵심이다. 
따라서 주거사다리에 올라탄 가구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계획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청년가구들에게 있어 이와 같은 주거사다리의 제공은 결혼과 출산의 희망을 다시 갖는데 분명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거사다리는 주거 안전망을 필요로 한다. 
주거사다리를 계속 오르면서 주거상향을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위험이라는 것은 늘 존재한다. 특히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노동시장이 유연화된 이 시대에 사다리를 오르는 가구에게 얼마든지 위기는 찾아올 수 있다. 
이들을 위한 주거안전망 구축이 주거사다리 정책에 포함돼야 한다. 마치 건설현장에서 비계뿐만 아니라 안전망을 함께 설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직하거나 갑작스러운 질병, 사고 등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담보대출 상환을 유예하거나, 그에 따른 보증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가구가 주거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굳건히 지지해줘야 할 것이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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