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건설업계… 위기 뛰어넘을 혜안이 필요하다
신음하는 건설업계… 위기 뛰어넘을 혜안이 필요하다
  • 황순호 기자
  • 승인 2022.07.1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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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연, 2022년 2분기 건설시장 동향 및 전망 발표
건자재 가격 급등, 화물연대 총파업, 금리 상승 등 ‘악재’ 다수
물가 변동 예의주시, 수급 차질 대비 ‘플랜 B’ 필요

대한민국 건설업계에 있어 2022년만큼 격랑이 심했던 때가 또 있을까.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 외벽 붕괴사고, 수많은 논란을 낳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원자재 수급난 및 가격 폭등,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등 수많은 이슈들은 건설업 종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여기에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 철폐 및 상호 시장 진출로 인해 전문건설업 시장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역시 지난 2월 17일과 4월 12일 각각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형 종합건설업체들에 의해 잠식당한 전문건설업 시장의 현실을 고발하는 한편, 그리고 전문건설업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원장 유병권)이 지난달 30일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2022년 2분기)’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건설 및 주택시장의 2022년 상반기를 평가하는 한편, 하반기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 업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조명했다.

◼ 시장동향 및 전망

최근 건설시장은 고용회복 및 소비 증가로 일견 회복세인 것처럼 보이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는 2,848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3.5만명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3.0%로 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근원물가, 생산자물가지수가 각각 5.4%, 4.1%, 9.7%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잠정치) 역시 지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으며, 건설 동행지표인 건설기성도 1분기에 이어 4월에도 1.1%의 감소를 기록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축허가면적이 4월까지 13.1% 증가하는 동안 건축착공면적은 오히려 13.3% 감소하는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건자재 가격 폭등 및 수급난으로 인해 착공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용의 경우 건축허가가 16.4% 증가하는 동안 착공은 28.8% 감소하는 등 공사연기 및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시장 심리가 악화되면서 한국은행, KDI, 국회예산처 등의 기관들 역시 당초 올해 건설투자 시장이 1.9~ 2.6%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을 0.5% 성장, 최저 1.3% 역성장까지 수정하는 등 전망치를 대폭 하향, 내년이 돼야 겨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건설업의 경우 공사비 상승 및 하도급 물량의 확대로 그 계약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경기체감도(BSI)는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CERIK)이 발표한 종합건설업의 2022년 5월 BSI는 전월 69.5에서 13.9 상승한 83.4를 기록한 반면, 건정연이 발표한 전문건설업의 BSI는 같은 기간 41.8을 기록, 33.5를 기록한 전월에 비해 8.3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종합건설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재 수급난 및 단가 상승, 대외변수뿐만 아니라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폐지와 대업종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종합건설업에 비해 자재비, 노무비 등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전문건설업 본연의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건정연은 전문건설업의 6월 BSI를 46.9로 예측, 이러한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택시장은 지난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세제 완화에도 수급심리가 안정세를 유지, 가격하력 지속 및 시장 안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매매와 전세 가격 모두 3개월 이상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매매, 전세 수급지수 역시 지난 5월 기준 각각 91.7과 95.0을 기록하는 등 하향 안정화된 상태다. 

건정연 역시 주택경기 순환변동 역시 향후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변동성 및 수급 여건이 안정추세를 유지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월세에서는 소폭 상승세가 지속,같은 기간 101.1을 기록하는 등 서민가구의 주거안정 저해를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박선구 건정연 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지난달 21일 분양가상한제 및 임대차법 개선안을 발표했으며, 오는 8월 중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 세부 방안 등을 발표할 것이라 예고한 바, 올해 하반기의 주택시장은 수요 위축으로 인한 급락세 없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건설・주택시장 이슈 진단

◇건설자재 가격 상승,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지금 건설시장 최대의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건설자재 문제이다. 

건설자재 수급난이 본격화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건설시장은 지난 1년간 자재 가격 급등 및 수급난으로 인해 착공 지연 및 공기 증가,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점으로 신음했으며, 덩달아 상승하는 인건비 및 운임료 등과 맞물려 자금 상황이 크게 나빠진 상태다.

이러한 건설 인플레이션은 타개책이 없는 한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며, 건설투자 등 주요 지표 역시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돌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거 자재가격 상승이 2년을 넘긴 적이 없다는 점을 통해 내년에는 물가 상황이 안정세를 띨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다만 이들 역시 이번 자재가격 상승이 환율 및 유동성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지역 봉쇄 등 변수가 많다는 점을 거론하며 아무런 대책 없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미친 영향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집단운송거부를 개시, 국토부에 안전운임제의 지속 운영 및 유가보조금 확대 검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산자부는 운송거부로 인한 손실을 약 1.6조원 규모로 추산했으며, 시멘트협회에서는 매출손실이 약 1,061억원,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레미콘업계에서만 약 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특히 건설현장이 많은 수도권에 시멘트, 레미콘 등의 물류 운송이 중단됨에 따라 이들 지역에 대한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이에 건설업체들이 자재가격 상승 등의 공사비증가 요인과 맞물려 공기 연장 및 간접비 보전 등을 제기하고 나섦에 따라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시장금리 상승, 전문건설업의 대응전략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에 걸쳐 1.75%로 인상함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다.

자이언트스텝을 선택한 미국은 올 연말 기준금리가 최소 3% 이상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국자본 이탈 등의 우려는 예상되나 연말 기준금리가 3% 이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시장금리의 경우 지난해 5월 기준 CP금리 1.95%, 회사채 9.62%(BBB-)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공채 금리 역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조는 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이익률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전문건설업체들이 타격에 더욱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건설업체들로 하여금 위험 분산 및 대출 등 다양한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는 한편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 공공발주 등 현금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공사들을 수주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박선구 연구위원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더불어 금리인상까지 더해져 건설시장 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건설자재를 중심으로 물가 변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수급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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