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례>등기를 신뢰한 사람에 대한 보호
<건설판례>등기를 신뢰한 사람에 대한 보호
  • 승인 2005.0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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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의 추정력은 중대한 사유로 원인행위가 무효가 될 때 한하여 깨진다
들어가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대해서는 등기부의 기재내용을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위조된 서류에 의해 원인무효로 이루어진 등기도 있을 수 있고, 등기원인이 되는 계약에 하자가 있어 그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진정한 권리자를 더 보호해야 하는지, 아니면 등기부를 신뢰한 사람을 보호해 거래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판례는 우리 법제도에서 등기의 추정력이 어디까지 인정되는가를 시사하고 있는 판결로, 위와 같은 고민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관계

원고는 19세가 되던 해에 자기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어머니인 피고에게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그런데, 15년 후 원고는 당시 피고가 원고의 법정대리인으로서 인감도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 원고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유권 이전 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위 증여계약은 적법하게 체결된 것이고, 만약 계약에 하자가 있더라도 그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판단을 달리해 원고의 청구를 배척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어느 부동산에 관해 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원인과 절차에 있어서 적법하게 마쳐진 것으로 추정되므로(대법원1995. 4. 28. 선고 94다23524 판결 참조), 전 등기명의인인 원고가 미성년자이고 이 사건 부동산을 친권자인 피고에게 증여하는 행위가 이해상반행위라 하더라도 일단 이 사건 이전등기가 되어 있는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이전등기에 관해 필요한 절차를 적법하게 거친 것으로 추정된다.

나. 따라서 위 이전등기가 위조된 등기신청서류에 의해 마쳐졌거나 위 원고에게 피고와 사이에 직접 증여계약을 맺을 만한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직접 증여계약을 체결했으며 그에 관해 필요한 유효요건이 모두 갖추어진 것이라고 추정된다.

원고는 증여계약 당시 19세 4월에 이른 사람이어서 의사능력을 가지기에 넉넉한 나이였으므로 원고가 행한 증여계약은 설사 적법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아니라 취소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한데,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이미 지났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등기의 추정력과 공신력

가. 등기의 추정력

부동산등기는 일단 등기가 경료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원인과 절차에 있어서 적법하게 마쳐진 것으로 추정한다. 민법에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대법원 판결과 학설을 통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부동산의 소유권변동은 등기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시된다. 즉 부동산의 소유관계 및 담보관계 등을 모두 적은 등기부에 의해 모든 사람이 그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제3자는 등기부를 열람해 그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얻고 법률행위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게 되며, 등기부상의 기재를 믿은 사람들의 이익이 보호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이른바 거래의 안전을 위해) 등기에 권리추정적인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등기명의자를 상대로 청구를 할 경우에는 청구하는 사람이 그 등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나. 등기의 공신력

하지만 현행 민법은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등기에 대해 일반적인 권리추정력은 인정하나, 만약 진정한 권리자가 그 등기의 원인무효를 입증하는 경우에는 등기를 믿은 제3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조된 원인무효의 등기를 믿고 거래한 경우 위조사실이 입증되면 등기를 신뢰한 사람은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본 판결의 의의

우리 법이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아서 진정한 권리자가 등기의 원인무효를 입증할 경우 제3자를 보호하지 않고 등기의 원상복구를 가능하게 한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거래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지는 경우는 그 등기원인이 무효라고 볼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고, 이 판례는 그러한 점을 재확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판례는 친권자의 특별대리인 선임 없는 이해상반행위에 대해 법률행위 자체를 무효로 만들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보지 않았고, 본인이 장기간 취소권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


김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창 대표/건설교통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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