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보존은 우리의 책무다
전통문화 보존은 우리의 책무다
  • 윤승규 동국대 법대 겸임교수
  • 승인 2022.02.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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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유물 중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문화유산(文化遺産)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화유산에는 민족의 ‘얼’(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혼(魂)이 없는 사람을 ‘얼빠진 사람’이라고 하는 것처럼 ‘얼’은 정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문화유산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나아가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산이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을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 1995년 12월 9일,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 등 우리 유산들이 세계 만방에 널리 알려지면서 높은 평가를 받음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가 문화유산헌장을 제정했다. 
우리 민족의 우수한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물려줘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에 따른 것이다.
특히 불교 문화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논할 때 결코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문화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은 온갖 규제에 묶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경우, 화장실 같은 기본적인 방문객 편의시설조차 건축이 어려운 상황이며, 사찰림 역시 자연공원법으로 관리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그 밖에도 현재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에만 자연공원법 등 12개 법의 얽혀 있는 등, 사찰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제도의 개선을 통해 공원 내 전통사찰의 기여도를 재평가하고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공원문화유산지구 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편, 전통사찰보존지에 적용했던 ‘분리과세’를 삭제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도록 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전통사찰에 ‘세금 폭탄’이 예고되는 일이 있었다.
전통사찰을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임에도 이를 투기성 부동산으로 치부하고 종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근시안적 발상이다.
투기를 할 이유도 없는 전통사찰 보존지에 고율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종부세를 도입한 원래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정치권 또한 전통문화유산 특별관리 차원에서 전통사찰 소유 토지에 부여하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감면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 밖에도, 전통사찰 뿐만 아니라 전국의 서원 등이 소유한 주택 부속토지에 타인 소유 주택이 있는 경우도 종부세 합산을 배제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정부는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통사찰의 보수정비사업에 국고를 지원, 사찰자부담 20%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선후보 측 문화유산진흥특별위원회에서 불교 관련 공약을 통해 이 자부담의 철폐를 약속하기도 했다. 전통사찰이라는 문화유산을 통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감안한다면 이는 적절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 밀반출됐던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또한 하루 속히 오대산 사고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는 오대산에 문화재를 보존할 시설이 건립되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월정사 역시 지난 2019년 전시와 보존에 최적화된 왕조실록의궤 박물관을 건립했음에도 두 문화재는 아직도 국립고궁박물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대산사고본 환지본처 결의안’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서 처리됐으며, 빠르면 다음주중 국회 본회의를 거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대선을 맞아 눈 앞의 표에 눈이 멀어 미래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 혼이 담긴 민족문화를 반드시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전통문화 및 그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 수립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리=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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