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졸속행정으로 고통받는 국민들
[기자수첩] 졸속행정으로 고통받는 국민들
  • 황순호
  • 승인 2021.11.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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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해결책을 찾는 것은 늦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에피메테우스’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나중에 생각하는 자’라는 뜻으로, ‘먼저 생각하는 자’인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다. 그는 이름의 의미처럼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앞날을 내다본 형의 충고를 무시한 채 일을 제멋대로 처리하다가 대홍수를 일으켜 인류를 몰살시키는 참사를 일으켰다.
이번 검단신도시 ‘왕릉뷰’ 아파트 사태도 그 과정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에피메테우스식 행정이 따로 없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급급한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검단신도시 위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자 이를 뒤늦게 파악하고 부랴부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거기다가 문화재청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책임을 인천시 서구청과 건설사에 떠넘기려 하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이 유네스코에 제출할 보고서를 일개 주무관에게 떠넘기고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저지른 것은 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졸속행정의 피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도 바로 그 단지에 입주하기로 예정된 입주예정자들이다. 당장 3,401세대 1만여 명이 넘는 입주예정자들의 보금자리가 졸속행정 때문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우리에게 이러한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이 김포 장릉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일찍 깨닫고 인천시 서구청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협의를 거쳤다면 사태를 막을 조치를 얼마든지 취할 수 있었다.
국가의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눈앞에 닥친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예상해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언제든지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그것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일어난 다음에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비록 우리가 프로메테우스처럼 앞날의 모든 일들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문제가 일어난 뒤에야 부랴부랴 미봉책을 남발하는 에피메테우스식 행정으로 인해 고통 받는 국민들이 더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건설신문 황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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