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칼럼]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한 미래도시, 도시인
[조경칼럼]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한 미래도시, 도시인
  • 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04.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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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br/>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원장
임승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조경나눔연구원 원장

최근 인류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구적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그리고 팬데믹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에 10억명에서 21세기 들어 78억명으로 급속도로 팽창한 세계인구 증가라 할 수 있다. 세계인구 증가는 식량생산과 에너지소비, 도시건설의 폭발적 증가로 이산화탄소의 과다한 발생과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과 쓰레기는 지구 자정능력을 훨씬 초과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또한 각종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는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의 잦은 주거지 출몰로 이어져 동물의 각종 바이러스가 인간에 옮겨져 팬데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스콧 고틀리브 전 FDA국장은 다음번 팬데믹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수준의 안보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이러한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인류가 지금까지 당연시 해온 경제성장 일변도의 관행에서 벗어나, 도시의 물리적 공간의 혁신뿐 아니라 도시인의 생활관습과 가치관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경제성장 측면에서, 국민소득이 높다고 해서 행복지수가 반드시 높지는 않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 및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물질적 풍요는 많은 경우 환경오염과 빈부 격차를 초래하고 이러한 계층 간 불균형은 국민사이에 위화감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물질적 풍요가 인류의 행복을 보장해주기보다는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민소득과 지구환경, 그리고 국민 행복지수의 균형을 지향하는 ‘녹색균형성장’에 국가 경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인구문제에 있어서도, 한정된 지구자원을 생각한다면 인구증가보다는 적정인구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연생태계에서 종의 개체 수는 먹이연쇄(food chain)에 의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상에서 먹이연쇄의 최상위를 점하고 있으므로 천적이 없어 개체 수 조절이 안되고, 특히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해 한정된 지구자원에 비해 과다한 인구가 오늘날 지구적 재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효과 없는 출산 장려 정책에 매년 수십조원을 지출하기보다는 이를 외국인 노동력 수입과 이민 개방, 소득 격차 해소 등에 투자해 적정 ‘녹색인구지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소비는 미덕이다’라는 캠페인을 시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시 60~70년대의 소비절약 정신을 강조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6.25 전란 후 보릿고개 시대에 쌀 한 톨, 수돗물 한 방울을 아껴야 했던 때의 절약 정신을 되살려 지구자원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의 자정능력 범위 내에서의 ‘녹색소비’를 위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스스로 생산해서 소비하는 ‘녹색 프로슈머(pro+ sumer) 생활’을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주택 마당 혹은 아파트 발코니의 텃밭 또는 상자텃밭에서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도시농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생산지로부터 소비지로 운송하는 동선을 줄여, 소위 탄소발자국(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임으로써 지구온난화 추세를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흙・물・식물을 다루는 도시농업 활동 자체가 도시인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서 폐품을 업사이클링하는 DIY를 생활화하고 자원순환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면 쓰레기가 감소돼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식생활에 있어서도, 육식 수요를 맞추기 위한 비윤리적 비위생적 밀집 사육으로 인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의 동물전염병이 발생하고, 전염방지를 위한 대량 살 처분과 매립이 시행돼 장기적으로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우려된다. 또한 가축 사료생산을 위한 농지 증가로 숲이 파괴됐으며, 비료살포로 인한 환경오염이 증가됐다. 따라서 채식과의 균형을 맞추는 ‘녹색 식생활’을 실천해 전염병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해야 한다. 만약 우리 모두가 채식을 한다면 현재 식량공급을 위한 토지의 25%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도시환경 측면에서, 도시로의 인구집중과 건설로 도시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자연녹지가 잠식되고 콘크리트 정글로 바뀌었으며, 지구 자정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탄산가스를 배출함으로써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가 심각한 정도에 이르고 있다. 지금 와서 도시를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녹화를 통해 도시를 최대한 자연 상태와 가깝게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도시 내 자투리 땅을 빠짐없이 녹화함은 물론이고 건물의 옥상, 벽면, 실내, 그리고 빛이 닿지 않는 지하까지 도시 전체를 녹화해서 어디를 가도 녹지가 시야에 펼쳐지는 녹시율(시야에서 차지하는 녹의 면적비율) 100%의 ‘녹색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미래 도시주거의 측면에서, 팬데믹이나 고령자 증가 등으로 인해 집 중심으로 활동 반경이 좁아지게 되면 더욱 외부와 단절된 삶이 되어, 소속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공동체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동별 혹은 층별로 친인간적 소규모 단위로 녹지를 중심으로 한 ‘녹색 근린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하고,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더 나아가서 모종린 교수가 말하는 소위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활동할 수 있는 범위)의 ‘매력적인 골목문화’를 활성화시켜 다양성과 소속감 높은 미래형 녹색 주거단지를 구성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지구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과학의 발달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도 있으나, 지구생태계 회복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상의 인류가 그동안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지금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와 팬데믹 등 지구적 재난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예언도 나오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지구 밖 다른 위성으로 이주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미래는 결국 자연에 달려 있다. 지구적 재난 극복을 위해서는 지구생태계의 복원과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는 ‘녹색이상도시(Green Utopia)’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인류는 더 늦기 전에 녹색균형성장, 녹색인구지수, 녹색소비, 녹색프로슈머생활, 녹색식생활, 녹색도시, 녹색근린커뮤니티 구현을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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