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특별기고> 김수삼 토목학회장
<창간특집 특별기고> 김수삼 토목학회장
  • 승인 2004.07.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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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국 건설 산업은 정체성이 흔들리고 미래의 진로 모색에 방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 시장은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정부의 개입이 비교적 크게 지배하는 환경이면서 건설업이 갖는 서비스적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시장 구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제도 개편에 의해 울고 웃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의 경기 순환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고 있습니다. 즉, 불안정한 정부의 정책과 경기 변동에 따라 건설 산업의 매출과 수익 구조가 널뛰기를 하다보니 건설 기업의 지속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는 건설업법이 생긴 이래로 건설업 도급순위(시공한도)에서 상위 20위 이내를 지난 40년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2개 회사 정도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건설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 기업들이 지향하고 요구하는 시장 환경을 상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경쟁 부문에서 상상해보면 재정이 건전하고, 기술력이 우수하고, 뛰어난 경영자와 종업원이 있는 기업이 수주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사업 관리 부문에서는 안전하고 좋은 품질을 갖는, 그리고 합리적인 저렴한 공사비로 공사를 마칠 수 있길 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과가 자랑스러운 업적이 되어 다음에 이어지는 수주 기회에 보다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바라고 기업이 칭찬받는 상상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위와 같은 상상이 허상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명맥을 유지해 온 건설업체들은 부득이 담합을 한 적이 있거나 로비를 하기도 하였으며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은 불가능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또 살아남기 위하여 매우 낮은 가격에 수주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으며, 이로 인해 피땀나는 원가절감 노력이 수행됨으로 인하여 원ㆍ하도급자간에는 상호 신뢰와 보완적인 관계가 되기보다는 갈등과 대립되는 관계에 놓여있어 지속적이고 원활한 공사 수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발주자는 입찰제도에서 발주 절차의 투명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온 그동안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자신 있고, 책임지는 자세로 경쟁 제도를 바꿔야할 것입니다.

즉 최저가 낙찰제는 경제적 저가라는 개념에 충실하도록 저가심의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입찰 가격의 최저가 시설물의 최저건설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시설의 공급 목표를 달성하는 범위에서 최저가가 되도록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시설의 목적, 이용방법, 시공기간 등에 따라 경제적 목표가 달라지는 것을 고려한 심의가 이루어져야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현행 저가심의제는 획일적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공개적으로 심사요건을 사업별로 제시함으로서 목적지향적인 저가 심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턴키사업 심사제도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최저가 낙찰제가 발주자 중심의 입찰제도라고 하면 턴키입찰은 응찰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응찰자의 창의성을 충분한 전문성과 시간을 가지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공개적인 질의응답을 통한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교통기술평가원을 개편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턴키 사업은 발주자가 주도적으로 평가하여 결정하되 이 경우 전문 용역 회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주 기관이 원하는 경우 건설교통기술평가원에 의뢰하여 평가를 대행토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위촉된 심의위원에 의한 평가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여 소신 있고. 전문적인 평가가 불가능합니다.

둘째는 합리적인 시장 운영을 위해 건설업 면허 제도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합니다. 예를 들면 원ㆍ하도급 분리 시장진입 제도는 철폐하여 단일 면허 체계에서 기업의 경제행위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하여 시장의 탄력성을 부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원ㆍ하도급업체 모두가 시공 참여자에게 실제 시공을 위임하는 시장 환경에서 면허분리는 중층 구조에 따른 비용 부담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셋째는 다가오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야합니다. 국가적 과제로 인식할 수 있는 건설 시장의 문제는 크게 경쟁력 있고 지속 가능한 국토 건설을 위한 고민을 정부와 함께 산업계가 분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10여년 후에 우리 사회는 물부족 문제가 큰 과제로 등장 할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4대강의 연결, 내수면 개량 등 장기적으로 기술 개발과 재원조달 및 운영방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또 김포에 있는 수도권 매립지도 10년 이내에 포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체 부지를 건설하는 사업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님비 현상 때문에 지자체가 모두 거부할 경우, 아마도 서해에 인공섬을 조성하는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국민의 삶의 터전인 주택 건설은 튼튼하고 검소하며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지나친 사치로 주택 가격이 높아져 국민의 저항을 유발함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넷째는 유능한 건설인력의 부족을 극복하는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건설인력은 크게 기능공, 기술자, 경영인등을 예시할 수 있습니다. 기능공은 갈수록 부족하여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되어 노동시장의 질과 양 모든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건설 기술 인력의 질적 수준도 우려할 만큼 저하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건설 산업의 특성상 수주를 하는 과정에서 각종 로비 등이 발생하면서 유능한 건설 경영자들이 처벌받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탁월한 건설경영자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이 갖는 산업적 특수성을 감안한 로비 활동의 양성화가 필요하며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건설인 상을 세우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는 건설 산업에서 주택업을 별도로 분리 운영하는 체계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일본은 주택 거품이 거치면서 건설 산업이 붕괴의 위기에 처했을 때 주택산업을 기업에서 분리하여 인수 합병을 추진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건설업은 수주를 전제로 영위되는 산업인데 개발형 사업이 혼재하면서 선의의 공공 발주자가 피해보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예를 들면 견실하게 토목 공사를 수행하던 회사가 재건축을 수주하여 부도나 파산에 이르게 된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건설 공사 실적에서 민간 주택 공사를 분리하여 전문화된 산업 구조를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업의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합니다.

유능한 경영자는 자리를 떠나고, 첨단 기술을 접목해야하는 기술 교육은 낙후되고, 경쟁의 룰이 불합리하여 기업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정당한 항변에 대해 국민과 정부는 대답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건설업체의 잘못만을 지적해왔으나 건설 산업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반성하고 되돌아 볼 때가 되었습니다. 시장이 존재한다고 모든 기업의 지속성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갈만한 여건을 갖춘 시장이 있을 때 국가 사회와 건설업이 동반 성장하고 국민의 삶의 질은 개선될 것입니다. 미래의 건설 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구상을 시도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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