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건설산업 위기 진단 및 대응방안
<특별기고>건설산업 위기 진단 및 대응방안
  • 승인 2004.07.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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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준 과장(감사원 건설물류국 총괄과)
2003년도 건설공사 발주액이 102조원으로서 96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률(7.6%)을 기록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과열로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지난해 10월29일 주택거래신고제, 재건축 요건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안정대책이 발표·시행되어 그 여파로 2004년 1월부터 4월까지 건설수주액은 전년동기비 3.4%가 감소하였고, 특히 민간주택은 34.8%나 격감했다.

더구나 재정부문의 상반기 조기집행을 고려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경기 위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정부에서는 SOC투자확대, 주택건설지원강화, 주택수요창출지원 등을 통한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마련·발표했다. 이번에 마련된 연착륙 방안은 작년 10.29 부동산가격 안정대책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건설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민간의 주택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건설경기 위기의 진원지를 정확히 진단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대책이 마련되면, 과거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마련하였다가 몇 달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해 건설경기를 위축시키곤 하였던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은 전통적으로 수주활동을 통해서 주문생산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수주물량이 줄고, 수주를 하였더라도 채산성이 악화되면 건설업체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이런 건설업의 침체는 GDP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고 고용감소로 이어져 실업자를 양산시키게 되므로 건설업의 위기를 다각도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발주공사의 경우 500억원 이상 공사를 대상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고 있고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공사의 평균낙찰률이 58%대로 떨어지고, 성남~장호원간 국도공사의 경우 44.8%로 낙찰되었으나 이러한 낙찰금액으로 공사이행이 가능한지 여부가 제대로 검토되지 아니하고 있다.

발주자가 아닌 입찰참가자에 의해 저가여부를 판단하도록 저가심의제를 운영하고 있어 입찰자가 모두 저가로 입찰하였다면 그 적정성 판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정가격의 50%에 못미치는 금액으로도 정상공사가 가능하다면 정부에서 정하고 있는 공사원가산정기준이나 방법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수주를 위하여 업체들은 더 낮은 금액으로 입찰을 계속할 수 밖에 없어 소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낙찰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저가 심의제가 계속 운영될 경우 건설업체가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한 건설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할 목적으로 도입된 턴키공사도 만만찮은 입찰비용 때문에 대형건설업체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건설업체들은 소위 운찰제라고 불리는 적격심사방법으로 정부발주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기술력이나 경영상태 같은 평가항목들은 변별력이 부족하여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발주공사에 참여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현행 입찰 제도에 만족하지 못하고 운에 의하여 또는 최저가에 의하여 공사를 수주하고 있어 건설업 전반에 걸쳐 불안과 불만이 내재될 소지가 있게 되었다.

민간건설을 주도하는 것이 주거용 아파트 건축물이다.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의 경우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통하지 아니하고는 신규택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용인·화성과 같은 곳에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엄청난 교통수요를 야기시키고 이는 결국 기반시설 설치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주택가격과 교통비용 상승으로 귀결되게 된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개발제한구역의 관리계획 변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택지공급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신규 택지공급 부진을 타파하기 위하여는 기존 저밀도 주택을 헐고 이를 고밀도로 개발하여야 한다. 보통 내구연한이 40년 정도인 아파트를 20년이 지나기 전에 재건축하도록 하였다가, 투기가 과열되자 용적률을 강화하고 일정비율의 임대주택을 건설하도록 재건축시장을 규제하였다.

그러나 지나친 재건축시장 규제로 민간주택시장이 위축되자 규제한지 1년도 되기 전에 건설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용적률 등을 완화시켜 주고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계획하였더라면 이런 낭비와 투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재건축단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민간사업자들이 하도록 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심의하면서 멋대로 용적률을 조정하고 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 보면 예측 가능한 사업추진이 어렵게 되고 서민들은 주택을 어떻게 구매하여야 할지 결정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도 정부의 재정부족을 보완하기 위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SOC사업이 있다. 민자유치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수요와 수익을 예측하여 이용료를 결정하고 이용료 수입이 약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고 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하여는 초기 투자비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금 동원력이 좋은 대형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다수의 건설업체로 구성된 1개 컨소시움만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민자로 시행하는 SOC사업에는 경쟁원리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초기투자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민자사업자는 컨소시움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에게 설계가격의 100%로 시공하도록 하고 있다. 경쟁입찰에 의한 공사비 절감을 기대할 수 없고, 과다하게 계획된 초기투자비는 결국 이용료 상승을 가져와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민자사업에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어도 경쟁입찰로 발주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재정으로 발주하였을 경우 입찰참여가 가능한 중소 건설업체들은 원천적으로 입찰참여 자체가 배제되는 구조이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위기는 일회성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그 문제가 있다. 수주산업인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발주공사나 민자유치사업에 대한 공사입찰제도 개선과 민간주택시장의 안정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기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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