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원가공개’가 만능아니다
<낙지골에서>‘원가공개’가 만능아니다
  • 승인 2004.06.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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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용(취재1팀장)


요즘 분양가 원가공개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간 갑론을박이 볼만하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신규아파트 가격상승을 막을수 있다’(시민단체) VS ‘원가를 공개해도 분양가 인하효과가 보장되지 못한다’(정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시만단체의 주장은 대충 이렇다.

우선 지난 2월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의 마포 상암지구 41평형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결과 분양가의 40%가 건설업체의 이익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원가공개로 분양가를 내리고 건설업체의 투명성 확보와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분양원가 공개방안으로 주택업체가 분양전에 분양가 내역을 단지별로 직접 공개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소비자 주도의 지자체 민·관위원회에서 분양가의 적정성을 심사한뒤 분양을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단체가 분양가를 산정하는 셈이된다.

분양원가를 공개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자.

우선 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보장이 없다. 실효성이 없는 정책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소비자 주도의 위원회에서 분양가를 심사하고 결정하게 되면 공급자인 건설업체의 주택사업 의욕이 저하될 게 뻔하다. 공개내역의 적정성 검증 요구 등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얘기다.

원가에 따른 가격책정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 아파트 분양원가는 기업의 브랜드가치나 연구개발비용 등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든 요소들이 가격에 반영된다. 영업상의 중요한 비밀인 건설원가와 기술 및 노하우 공개를 강제하고 가격결정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소지도 있어보인다.

원가가 높은 기업이 높은 분양가를 받게되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이는 기업의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노력을 부질없게 만든다.
시민단체에서 말하는 건설업체의 투명성 제고는 기업공시나 회계감사제도 등 이미 마련된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또한 초과이윤은 조세제도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팽팽하게 맞서있는 아파트분양원가 공개 논란의 출발점은 분양가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분양가 급등을 차단할수 있는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원가공개는 운영상의 문제점으로 공급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위헌소지와 함께 시장원리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작용한다.

분양가원가공개라는 정책수단이 이처럼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원가공개보다는 공공택지 25.7평 이하 주택에 대한 원가연동제를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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