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설관리공사 노조의 '감리협회 죽이기'
기자수첩-건설관리공사 노조의 '감리협회 죽이기'
  • 정정연 기자
  • 승인 2001.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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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1부 정정연 기자
회사 메일을 통해 느닷없는 자료하나가 들어왔다. '감리협회의 실체를 벗긴다'는 어마어마한(?) 제목의 자료였다. 자료를 누가 보냈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잠시후 또 다른 제목을 달고 자료하나가 들어왔다. 이번 제목은 '한국건설감리협회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흡수되어야 한다'였다. 이 자료는 한국건설개혁협의회(가칭)가 보냈다.
두 건의 자료는 모두 건설감리협회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건의 자료에 담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감리협회 전화를 했다. 감리협회 담당자는 "대체 뭐라고 써있습니까? 우린 신경쓰지 않습니다"라고 일축했다.
두 건의 자료를 보낸 곳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모두 한국건설관리공사 노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개혁협의회(가칭)라는 단체 역시 관리공사 노조가 만든 것이다.
기자는 두 건의 자료에 담긴 내용에 대해 일일이 밝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자료에 담긴 내용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왜 이런 음해성 자료들이 난무하는지의 배경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

민영화 예정인 한국건설관리공사를 정부투자기관인 공사화하자는 한국건설관리공사법이 현재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관리공사 노조가 야당의원들을 부추겨 이 법을 만든 것이다.
감리협회와 건설업계는 이 법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리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관리공사를 공사화한다는 것은 시대적흐름에도 반하는 일이라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때문에 반드시 통과를 저지해야 한다는 것.
관리공사 노조가 감리협회에 대한 음해성 자료를 언론사에 보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전투구'
이럴 때 쓰려고 만든 말일 듯 싶다. 관리공사 노조는 공사의 민영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태어날때부터 민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었던 관리공사를 거꾸로 정부투자기관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은 억지다.
관리공사 노조는 스스로 만든 단체인 한국건설개혁협의회(가칭)라는 말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진정으로 개혁을 원한다면 민영화를 받아들이고 민간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체질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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