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정비사업전문관리자제도 효율성 있나>...일부 대형사 시장독과점 통한 역기능 초래
<포커스-정비사업전문관리자제도 효율성 있나>...일부 대형사 시장독과점 통한 역기능 초래
  • 문성일 기자
  • 승인 2001.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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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보강보다 담합·유착 더욱 심해질 수도
건설교통부가 재건축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도입키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안)상의 '정비사업전문관리자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 제도가 재건축 조합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일부 업체의 독과점을 통한 시장의 역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도입 배경=건교부는 지난 7월24일 당정회의를 통해 그동안 비리·분쟁·주민마찰의 온상이던 재개발 및 재건축 등 노후불량 주거단지 정비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 새로운 주거단지 정비의 틀을 마련키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연내 제정키로 하고 7월25일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당시 건교부는 재건축이 상당히 전문적인 성격을 띤 사업인데 반해 조합 자체가 전 과정을 처리하는 경우, 때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능률적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건교부는 이로 인해 조합원들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판단,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정비사업전문관리자제도를 신설키로 했다.
결국 건교부는 이 법안에서 제73조에서 제78조에 이르기까지 정비사업전문관리자의 업무범위, 지위, 결격사유, 등록말소, 감독 등에 관한 규정을 명시했다.
현재 이 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검토작업이 진행중에 있으며,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으로 있다.

▷규정 전망=무엇보다 자격요건, 시공 병행여부, 단지 규모 등과 함께 위탁 또는 컨설팅의 강제규정 여부가 핵심이다.
현재 이 법안의 정기국회 상정을 위해 규제위가 검토작업을 진행중인데다 구체적인 내용이 법안 통과후 시행령내지는 시행규칙에 포함되기 때문에 건교부가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대체적인 윤곽은 잡히고 있다.
우선 일정 규모의 자본금 및 기술인력 보유와 상관이 있을 자격요건은 5억원 정도의 자본금에 책임 및 보조기술자 보유 4∼5명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비사업전문관리자로 지정된 사업자가 시공을 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썬 가능성이 크다. 다만 동일 사업장내에서의 시공·컨설팅 병행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건교부는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사업시행의 위탁내지는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 단지 규모는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300가구가 유력하다. 그러나 조합원 2/3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위탁 또는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실효성 있나=주택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데 대해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이 제도 도입취지가 조합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함이지만, 자칫 기존 재건축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만의 시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이 경우 조합집행부와의 유착은 물론, 밀어주기식 행태가 유발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한 전문가는 "시공을 겸할 수 있도록 규정될 경우 대형사들의 시장 진출은 당연시될 것"이라며 "이 경우 조합원들의 브랜드 선호 경향에 따라 컨설팅이든 위탁업무든 대형사들에 맡기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선택 폭도 제한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시말하면 나름대로 사업실적이 있는 기존 50여개 소규모 사업자들의 활동 폭도 줄어들게 될 것이며, 결론적으로 이들의 시장내 존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셈.
또다른 전문가는 "전문관리자로 지정된 사업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업의 조기 진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선 좋은 제도로 평가된다"면서도 "그러나 몇몇 업체의 시장 독과점이 형성될 경우 오히려 담합이나 유착관계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좋다는 회의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며, 가급적 컨설팅업무와 시공업무를 분리하는 방법도 모색돼야 할 것이란 주장을 보이고 있다.

문성일 기자 simoon@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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