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무엇이 적정가격인가
<낙지골에서>무엇이 적정가격인가
  • 윤경용 팀장
  • 승인 2004.04.0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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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용(취재1팀장)


최저가낙찰제도가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도입당시부터 수없이 잦은 수선을 거치면서 누더기가 돼버린 이 제도는 올 들어 다시 적정가격심사제(저가심의제를 완곡하게 다듬은 표현)를 도입해 제도적 보완을 한 상태다.

적정가격심사제는 말그대로 해당 공사의 입찰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따지는 제도다. 비록 최저가격에 투찰한 업체일지라도 투찰가격이 해당공사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연유로 적정가격심사제도가 도입되면 터무니없는 가격에 투찰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찰'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최저가낙찰제도이지만 적정한 선을 무너뜨리는 가격, 즉 상식이하의 투찰업체는 낙찰자에서 배제되는 바람직한 입찰관행을 원한 것이다.

그렇다고 적정가격심사제도가 건설업체의 낙찰률을 보장해주는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맞다는 말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발주하는 공공공사에서 최소한 양질의 시공물을 담보할 상식적인 범위내에서 가격의 적정성을 따지고 합리적인 가격에 공사를 맡기는 사회적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공사의 경우 정부가 유인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룰이 형성된다. 국가계약법이란 경쟁의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업체에게 적정한 가격은 공사를 딸 수 있는 가격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정가격심사제를 운용하고 있는 정부입장에서는 적정가격의 내용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올 들어 적정가격심의제가 도입된 이후 최저가시장에서의 입찰결과를 보면, 적정가격심사제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지난주 건설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한 성남~장호원간 도로공사의 입찰결과 44%에 낙찰자가 선정됐다. 이제 최저가시장은 40%대 낙찰자가 나온 것이다. 물론 전에도 이 시장에서 40%대 낙찰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정가격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로는 처음나온 결과다. 낙찰자에서 배제되긴 했지만 그 다음날 1순위 업체는 43%까지 내려갔다.

낙찰률이 내려가기 때문에 적정가격심사제가 문제있다는 말은 아니다. 예정가격 대비 44% 낙찰률이 해당공사를 수행할 적정한 가격이었는지를 검토한 결과 상식적인 가격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낙찰자로 선정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적정가격심사제가 적정한 가격여부를 따져볼만한 필터링 기능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필터링 기능을 못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이 제도는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입찰제도는 모범답안을 찾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또 최저가시장이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는 현실도 저가투찰을 부추기고 있다. 그럴수록 적정가격심사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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