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제16대 국회의 ‘유종의 미'는 기대난망
<논단>제16대 국회의 ‘유종의 미'는 기대난망
  • 승인 2004.03.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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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어깨는 무거워만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국내의 경제상황은 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국 등 주변 국가의 눈부신 성장은 우리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지만, 제16대 국회는 본연의 업무인 입법활동은 내팽겨둔 채 대통령탄핵 발의 건 등 정치적 사안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국회 상임위원회 서랍 안의 각종 경제나 민생관련 법안의 앞날은 불문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제16대 국회의 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고 하여 이별이란 단어에 따라다니는 아쉬움과 석별의 정은 눈 씻고 보아도 찾을 길이 없다.

결과적으로 제16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에서조차 국회의원들은 헌법에서 명시된 본연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제16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종료는 법안 처리와 관련하여 기존의 회기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번 임시국회를 끝으로 국회의원의 임기도 동시에 만료되기 때문에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법안은 헌법 제51조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폐기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년 한해 동안 정부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현장의 목소리와 공청회 등을 거쳐 힘들게 만들어진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안)'도 채 빛도 보기 전에 사라지게 되었다.

작년 한해는 부동산분야가 유난히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차례나 굵직한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해 벽두부터 이른바 ‘굿모닝시티 사기분양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사건은 특정한 분양사업자가 기만적 방법과 부실한 사업관리로 많은 피분양자들의 가슴에 멍울을 지게 하였다는 사실 이외에도 상가 등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제대로 된 절차나 제도가 거의 없어 피해발생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이 또 한번 충격을 주었었다.

평생을 점포 하나 마련하기 위하여 피땀 흘려 모은 돈을 고스란히 날려버리고 힘겨운 어깨를 늘어뜨린 많은 피해자들의 영상이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다수의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작년 여름부터 정부와 전문가들은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안)'의 작성에 착수하였었다. 필자도 함께 참여하면서 여름휴가도 제대로 가 보지 못한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많은 피해자들의 눈물을 바탕으로 사회의 공감대마저 충분히 얻은 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상정되고도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제16대 국회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분양거래질서의 선진화를 위한 발걸음이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하여 피분양자의 피해발생 위험성을 담보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게 된 현실, 그것이 바로 우리 입법부인 국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정책당국으로서도 참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차례 시정조치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한 허위·과장광고는 여전히 분양시장을 왜곡시키며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선분양을 선호하는 국내 건축물분양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분양사업자의 부도나 파산에 대비한 피분양자의 피해방지책이 조속하게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굿모닝 사기분양사건'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현재 정책당국은 잠정적 조치로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에 들어갈 때까지 부당광고로부터 피분양자를 보호토록 지침을 시달하고, 건축물의 규모가 확정되기 전에 분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분양사업자에게 건축허가를 받은 후 분양토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한다.

이번 ‘건축물분양에관한법률(안)'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허위·과장광고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분양거래질서를 구축하고 선분양에 따른 사업위험성으로부터 피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신탁계약제도나 분양보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현행 분양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법안제정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새롭게 다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제17대 국회의 개원을 법안의 재점검과 조기 시행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면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로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올 하반기에는 아침의 상쾌함이 일간지 사이에 끼워져 있는 분양광고 전단지로 인해 불쾌감으로 변하는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차례 실망감을 던져 주었던 입법부지만 미운 정이 남아서인지 새로운 국회개원에 나는 또 다시 미련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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