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저가심의제 논란- 업계의 전략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해설> 저가심의제 논란- 업계의 전략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 홍제진 기자
  • 승인 2004.03.0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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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찔린 저가심의제 부랴부랴 개정
한국도로공사가 첫 저가심의대상공사로 실시한 춘천~동홍천간 4개공구에 대한 입찰결과가 최근 건설업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입찰결과 낙찰률이 50%로 저가심의제 도입과 별차이 없는 것은 물론 3공구와 4공구에서는 평균입찰금액이 타공구와 비교해 높게 나오면서 일부업체들의 비합리적인 투찰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이들 공구에 대해 담합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고 공정위 또한 조사에 착수, 본격적인 조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업체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건설업체가 수주를 위한 하나의 전략을 두고 담합으로까지 몰고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

특히 이들 업체들은 제도의 문제를 업계의 불공정행위로 몰고가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한편 전반적인 건설업계의 의견은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것도 사실이고 일부업체가 이러한 문제점을 이용해 입찰질서를 혼란스럽게 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

특히 입찰후 조달청을 비롯해 재경부가 관련제도를 부랴부랴 개정한 것이 제도의 문제점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발표될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저가심의제 개정은 왜?

재경부가 신속하면서도 갑작스럽게 저가심의제를 개정하게 된데는 첫 심사대상공사 입찰에서 드러난 몇가지 문제점 때문이다.

그 첫째는 다름 아닌 여전한 저가낙찰이다. 당초 재경부는 저가심의제를 도입하면서 적어도 65%대의 낙찰율을 기대했으나 지난번 실시된 입찰에서는 단 1개공구만 65%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는 문제다. 적정성 심사대상 1순위 업체에 비해 무려 140억원이라는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하는 것.

재경부는 이점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작용, 제도개선을 재촉하게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는 춘천~동홍천 3공구와 4공구에서 나타난 일부업체들의 과투찰현상이다.

이들 업체들은 일부 공종에 대해 평균입찰금액에 비해 무려 500% 이상의 기이한 투찰을 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평균입찰금액이 상승했고 따라서 앞순위 심사대상업체들이 소위 ‘퐁당'하게 된 것이다.

재경부는 이를 두고 업체들의 담합으로 보고 공정위에 조사까지 의뢰한 상태.

끝으로 재경부가 적정성 심사기준을 개정한데는 재경부 역시 제도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담합조사

재경부는 춘천~동홍천 3·4공구에 대해 한국도로공사에는 계약진행을 중단시키면서 공정위에 관련업체들의 담합의혹을 조사해 줄 것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들은 재경부가 제도의 문제점을 역으로 업체들의 불공정행위로 몰고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만약 공정위 조사결과가 재경부의 예상대로 나올 경우 해당 공구에 대한 재심사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이미 낙찰예정자로 통보받은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경부는 특정업체들이 의도적으로 투찰가격을 비상식적으로 높이는 행위는 명백한 입찰질서를 문란케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조사의뢰에 대해 이미 자료를 넘겨받아 착수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있어 조만간 조사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도공 역시 공정위 조사가 착수된 상황에 더 이상의 계약절차 진행은 어렵고 결과에 따라 재심사 또는 현재 예정자와 계약하게 된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대상 업체

제도라는 테두리 안에서 행해진 명백한 합법적인 영업활동에 대해 재경부가 담합으로 몰고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30개에서 40여개사가 참여하는 입찰에 일부 업체가 우연하게 같은 방식의 전략을 펼쳤다고 이를 담합으로 본다는게 더 의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

또 이들 업계는 실행보다 높게 투찰한 공정은 단순히 수주를 위한 전략일 뿐 입찰질서를 문란케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은 제도의 문제점을 시인하는 제도개정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멀쩡한 업체를 불공정행위 업체로 몰고가서는 안된다고 지적.

■건설업계 반응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30~40개사가 참여하는 입찰에서 높은 낙찰률을 기대한다는 것 또한 현 건설업계 상황에서는 무리였고 특히 불완전한 제도의 운영으로 오히려 시장질서만 혼란케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설업계는 어차피 저가심의제의 지속적인 개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산업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는 만큼 공정위 조사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전망

어차피 저가심의제 개선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업계는 담합이라는 불공정행위 업체로 낙인찍힐 위기에 몰렸으며 다른 업체들은 그 결과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이들 업체들의 투찰형태를 담합이라고 규정할 경우 그 파장은 매우 크다.

우선 낙찰예정자 선정을 위한 재심사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관련사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반대로 공정위가 담합조사결과 이들 업체들의 혐의가 없다고 판정할 경우 더욱 곤혼스러운건 역시나 재경부.

저가심의제 개정으로 이미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한 만큼 만약에 공정위가 업체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재경부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일 수밖에 없다.

과연 이번에 제시된 저가심의제 개정안이 얼마나 많은 효력을 발휘할 지, 또 공정위는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정부는 물론 건설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제진 기자 hjj231@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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