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못말리는 최저가낙찰제
<낙지골에서>못말리는 최저가낙찰제
  • 승인 2004.02.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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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용(취재1팀장)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는 시장은 올 들어 가장 관심을 끌 시장이었다. 500억 이상으로 시장이 확대된 점과 저가심사제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날 물량과 저가심의제 도입으로 일정수준 낙찰률이 보장될 것이란 기대감이 건설업체들의 지대한 관심을 갖게한 요인이다.

지난 12일 저가심의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입찰이 실시됐다. 한국도로공사가 실시한 춘천~동홍천간 고속도로 공사 입찰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저가투찰을 막기위해 도입된 저가심의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1순위 업체들의 투찰율이 50%대를 기록했다. 1공구 50.93%(경남기업) 2공구 53.78%(풍림산업) 3공구 52.49%(경남기업) 4공구 55.61%(한신공영).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50~55%대 투찰로 1순위 업체가 됐다. 물론 1순위 업체가 낙찰자로 결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저가심의제가 바로 이런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 입찰에서 4개공구의 평균투찰률이 63.44%인 것을 고려할 때 2공구와 4공구는 사실상 1순위 업체가 낙찰사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2001년에 도입된 최저가낙찰제도는 도입당시부터 저가투찰 시비로 얼룩져 그동안 수차례 제도보완을 거쳐왔다. 지난해말 도입된 저가심의제 역시 저가낙찰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2일 입찰결과는 저가심의제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을 갖게한다. 업계에선 ‘이럴바엔 뭐하러 저가심의제를 도입했느냐'고 볼멘소리다.

현재 운용중인 최저가낙찰제는 사실상 최저가낙찰제가 아니다. 이 제도에선 당연히 가장 낮은 가격에 투찰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돼야 맞다. 투찰률이 어떻든 말이다. 적정가격을 투찰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저가심의제가 도입되고도 50%대에 머무는 이런 상황에서 저가심의제가 얼마나 맹활약할지 의문이다.

건설업체는 건설산업의 속성상 수주를 해야 먹고산다. 때문에 수주를 위해서는 입찰제도의 빈틈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이번 입찰결과 역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가심사 대상에 들어가지 않기 위한 노력과 그러면서도 최대한 저가로 투찰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한 흔적말이다.

정부공사의 입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는 정부의 몫이다. 업체들은 시장에서 적용되는 개별 입찰조건에 맞춰 수주전략을 세운다. 이번 입찰 결과는 이미 충분히 예견됐다.

이번 입찰결과는 앞으로 진행될 최저가입찰의 바로미터가 될게 뻔하다.

이럴바엔 차라리 모든 정부공사에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면 어떨까. 그것도 군더더기를 빼버린 원조 최저낙찰제로 말이다. 정말 못말리는 최저가낙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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