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건자재 가격 급등과 에스컬레이션
<논단>건자재 가격 급등과 에스컬레이션
  • 승인 2004.02.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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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연구위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업체가 부동산 경기 침체, 최저가 낙찰제 확대, SOC예산 축소에 이어 최근 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호경기를 구가하던 지난해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새해 들어 철근 등 건자재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은 중국의 급속한 내수 증대로 인하여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중간 유통업체들의 ‘사재기'가 가세하면서 2/4분기 이후로는 심각한 수급 불균형도 우려된다. 특히 철근은 수급난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건자재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철근은 공사 원가의 5%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자재이다.

철근 가격은 지난해에 40% 가까이 인상된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10%가 인상되었다. 또한, 철강업체에서 관납 입찰을 기피함에 따라 조달청의 공공공사용 철근 구매도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수해 복구공사 등 각종 공공공사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현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건자재 수급난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건자재의 안정적인 수급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철근만 하더라고 수출을 중단하고,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과 더불어 다단계화되어 있는 고철의 유통망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지역별로 대규모 고철 비축 기지를 건설하여 해외 고철 가격의 급등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수급 안정 대책과 더불어 건자재 가격의 급등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공사 계약 금액의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이 원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물가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공공공사의 계약 금액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현행 ‘국가계약법'에서는 물가의 변동에 따라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물가연동조항(escalator clause)를 두고 있으나, 품목조정율 혹은 지수조정율이 100분의 5 이상 증가된 경우에 한하여 계약 금액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아가 계약 체결일(혹은 조정 기준일)로부터 120일 이내에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금액의 조정이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하여 건설업체에서는 공사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있으나, 공사비의 에스컬레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여 손실이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최저가 낙찰제가 도입된 이후, 공공공사의 적자 시공이 일반화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재 가격의 급등은 매우 치명적이다.

외국의 예를 살펴보면, 일본의 ‘공공공사 청부계약약관'에서는 계약 체결후 1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공사금액의 등락율이 1.5%를 초과할 경우에는 계약 금액을 조정토록 하고 있다.

또한 계약 공기내에 특별한 요인에 의거, 주요 공사 재료의 가격이 현저히 변동한 경우에는 쌍방간의 협의하에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단품 슬라이딩' 조항을 두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FIDIC계약조건에서도 물가 변동시 계약 금액의 조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특정 자재의 가격이 상승했을 경우, 계약 금액에서 증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수조정율 100분의 5 이상의 계약 금액 조정 기준은 매우 경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100분의 2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물가 변동율이 일정율을 초과할 경우, 1개월 이내에 계약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발표하는 물가 지수를 토대로 계약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끝으로 환율 및 금리, 유가, 자재 가격의 인상 등 단기적인 충격 요인에 의한 공사비 상승에 대하여도 발주자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특정 자재의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일본과 같이 ‘단품 슬라이딩'에 대한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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