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건설중재제도의 활성화방안에 관하여
<논단>건설중재제도의 활성화방안에 관하여
  • 승인 2004.01.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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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변호사(법무법인 휴먼)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중재판정의 사례로 본 건설클레임의 분석과 향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건설중재제도가 건설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했다.

그러면서 건설중재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재법을 개정하여 변호사 이외의 전문가도 중재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건설분쟁에 대한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종합적 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종합적인 건설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방안에 대하여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조정, 알선, 중재 등의 모든 건설분쟁을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칭 ‘건설분쟁위원회'를 설립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무처 등의 독자적인 조직이 마련되어야 하고 특정부서에 부속된 형태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현재 소송에 의하지 않은 건설분쟁의 운영실태를 보면, 알선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는 존재하지 아니하고, 조정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건교부 산하 건설분쟁조정위원회가 있지만 그 운영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재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한상사중재원의 당초 설립취지가 상사거래 및 국제거래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에서 건설분쟁의 해결과 약간의 거리가 있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비록 대한상사중재원이 건설중재인명부를 별개로 마련하여 건설분쟁의 전문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건설분쟁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관급공사를 규율하고 있는 국가계약법뿐만 아니라 민간공사와 국가계약법을 제외한 거의 모든 건설분야를 규율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거래를 규정하고 있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여기에 설계 및 감리용역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는 건설기술관리법 등의 건설의 모든 분야에 대한 분쟁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분쟁해결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물론 그 구체적인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건설분야의 전문성과 분쟁해결의 공정성을 모토로 삼아 건설분야의 각 전문가 및 입법자들의 의견을 모아 나가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필자는 중재대리제도의 개선에 관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의견은 검토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분쟁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확정된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률을 적용, 해석하여 결론을 내리며, 사실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당사자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 증거에 의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와같은 사실관계의 확정, 증거법칙, 법리해석 등의 기초적인 지식과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더불어 건설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실무자 또는 기술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실무분야 및 기술분야에 해박할지언정 중재전략과 전술, 증거채택과 증인신문, 계약 및 법리해석 등에 대하여 당사자의 이익을 옹호하기에 상당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중재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중재제도를 개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쟁해결의 전문가로서 육성된 법조인이 아닌 건설실무자 혹은 기술자를 중재대리인으로 선임한다 하더라도 중재당사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여부는 검증된 바도 없거니와 현재의 단계에서 확신할 수도 없다.

오히려 건설실무자 혹은 기술자들이 증거법칙을 오인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증거를 채택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여 중재판정을 한 경우 소송과는 달리 중재법상 중재판정에 대하여 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잘못은 당사자에게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엄청난 손해를 입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할 것이다.

게다가 건설실무자 혹은 기술자에게 중재대리인의 자격을 부여한다면 현재 형식적으로 법률사무소의 명의를 빌어 부설연구소 등의 방법으로 위법하게 활동하고 있는 각종 건설컨설팅업자 혹은 이미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건설브로커를 합법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중재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예외이므로 이를 임의로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아울러 중재대리인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중재관련 법령을 개정한다고 하여도 이는 민사소송법, 변호사법 등 현행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도 필자는 중재대리인제도에 관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의견에 대하여 매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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