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2004년 ‘안전 원년의 해’로 만들자
<논단>2004년 ‘안전 원년의 해’로 만들자
  • 승인 2003.12.2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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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병 박사(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숨 가쁘게 달려온 2003년도 이제 며칠 남겨 놓고 있지 않다. 여기저기서 송구영신의 축하행사를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구지하철 방화와 청도 버섯공장의 화재참사를 당한 유가족의 마음은 편하지가 않다. 또한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남부의 강원지방의 수재민들도 깊은 실의에 빠져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와 애곡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다.

안전관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을 한다. 태풍 ‘루사'로 인하여 많은 피해가 발생했던 작년에도 똑같은 생각과 반성을 했었다.

정부는 여러 재난을 수습·복구하면서 한 해동안 많은 준비를 하였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은 새 천년 안전한 나라 만들기 ‘안전관리 종합대책 평가보고서'를 국가재난관리시스템기획단은 ‘국가 재난관리 종합대책'을 그리고 건설교통안전기획단에서는 ‘건설교통 종합안전 대책'을 마련하였다.

이외의 부처들도 소관 업무에 따라 재난예방정책을 마련하였다. 눈에 띄는 정책을 마련한 부처가 있는데 바로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이다. 이들 부처는 재난의 규모가 크고 그 파급효과가 큰 시설분야의 붕괴와 화재예방, 교통사고 예방, 그리고 신종 업종에서의 새로운 재난 예방을 위한 다양한 신개념의 정책을 개발·제안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지하철, 철도, 항공, 도로, 건축 등 7개 시설분야에서 향후 5년 내에 총 239개 과제를 선정, 시설과 설비개선, 기준과 제도정비, 교육훈련에 역점을 둔 ‘건설교통 종합안전 대책'의 추진이다.

둘째는 재난사고 사례별 대응 맞춤식 매뉴얼 작성·보급으로 피해를 사전예방 또는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시설물 설계기준 강화로써 비탈면 경사기준을 강화하여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확보하게 한다.

넷째는 취약시설물과 신종업종시설을 지정 집중관리하여 중대시설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대단히 환영할 만한 정책들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들이라 하더라도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기의 적절성은 물론 일관성 있는 업무추진과 예산 및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2003년 마지막 국회에서 부결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을 신속히 수정·제정할 것과 국가의 재난업무를 총괄하게 될 책임기관(편의상 ‘안전관리청'이라한다)의 신속한 조직과 개청을 촉구한다.

새로 출범 예정인 안전관리청은 지시만을 한다든지 업무만을 취합하는 옥상 옥의 군림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된다. 안전관리청은 여러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재난정책을 수행해 나가는데 조정·통제는 물론 필요한 모든 지원과 협조를 다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그 조치에 너무나 늦장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화재로 수백명의 시민이 순식간에 죽고, 태풍으로 2년 연속 매년 4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을 마련하는데 무려 1년이 걸렸으나 이것마저 국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중요한 법안으로서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고 1년간이나 준비하였다는데 왜 부결시켰을까?
이제 정부는 더 이상 늦장을 부려서는 안된다. 현실성 있는 재난예방 정책의 추진으로 대형재난을 예방하여 재난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안전관리청과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시급히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 몇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먼저, 안전관련법과 제도의 집행을 강력히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조직을 신속 확장·개편해야 한다.

둘째, 대형사고 방지를 위한 우선 과제로서 소방·방재 기준을 강화하고 적용 여부의 확인·점검을 철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위험물질인 가스와 유독물질의 수송 중 안전확보를 위한 단속시스템을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사회적 손실 최소화를 위한 제도로서 건설공사 중 품질확보를 위한 공사감리를 강화하고, 현장에서 안전 및 품질관리 의식을 늦추지 못하도록 전문가 중심의 ‘정부합동 점검단'을 상시 운영해야 한다. 특히 민간 건축물의 설계도서검사 및 준공검사 실시 등을 전문기관이 할 수 있도록 가칭 ‘건축물 센터' 설립을 촉구한다.

넷째, 공무원의 전문성과 현장 위주의 기능을 강화하고 대응 기술력 향상을 위해 전문기술교육 기회확대와 의무화를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자발적인 안전문화 운동의 확산·보급을 위해 안전문화운동 참여자의 전문화를 유도하고 분야별로 안전문화운동 목표를 단계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상 주문한 몇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행이 되고 안전관리청이 그 역할을 신속히 해준다면 2004년도는 안전의 원년이 될 것이며 내년 이맘때에는 안전·재난 분야의 10대 뉴스 모두가 성공한 정책들로 선정될 것이며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것이다.

이것이 복지국가의 첫 걸음이다.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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