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언] 이정희 행복청 도시정책과장
[정책제언] 이정희 행복청 도시정책과장
  • 김덕수 기자
  • 승인 2017.07.1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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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건축의 진화 : 자연과 함께하는 학교”

“학교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을까? 교과서의 내용처럼 인성을 함양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작은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곳인가? 아니면 교실에 갇혀 지내면서 더 좋은 대학과 직장을 목표로 하는 학업 공간인가?”

“창의적인 교육공간 제공, 주민과 함께 시설 공유”

▲ 이정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도시정책과장
물론 대다수가 전자라고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건축을 보고 있자면 후자의 상황에 가깝다.
지난 50년 전부터 학교시설은 교실이 차곡차곡 쌓인 박스형 교사와 축구를 할 수 있는 규모의 운동장이 붙어 있는 획일적인 공간으로 디자인됐고, 이 또한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학교는 도시 내에서 ‘소도’와 같은 성스러운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로 인해 70, 80년대 마당과 골목길에서 뛰어 놀며 꿈을 키웠던 아이들은 이제 고층의 아파트와 5층 이상의 학교, 5층 이상의 학원을 오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 학교는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며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데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현대사회의 변화속도만큼이나 세상의 많은 디자인들이 변해왔다.
전화기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겸비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자동차는 단순 기관을 넘어 최첨단 설비가 장착된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학교건축은 변해가는 교육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설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학교시설사업촉진법’에 따라 해당지역 교육청이 단독으로 설계, 건축함에 따라 지형에 대한 고려 없이 평지의 직사각형 학교용지에 담장을 치고 주변 지역 환경과의 연계성 없이 학교시설을 별도로 설계해 왔다.
이에 학교시설은 주변의 도시계획과 동떨어진 시설이 되었고, 학생들은 선생님에게만 맡겨졌으며 주민공동체가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학교건축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학생들을 학교에 가둬놓을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학생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학교를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학교건축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한 곳이 바로 ‘세종시 행복도시 6-4생활권 복합커뮤니티단지’다. 동 복합커뮤니티단지에는 중앙 근린공원을 중심으로 복합커뮤니티센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인접 배치돼 있다.
세종시 내 위치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학령인구(0세~만19세) 비율은 31.7%로 전국(20.7%)에 비해 아이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독특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주민들 평균연령이 32.1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가 되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특성에 따라 이 도시에서 아이들과 학생들을 고려한 도시계획은 최우선의 과제가 됐다.
이런 정책방향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시청·교육청·LH가 머리를 맞대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도시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먼저,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중·고등학교 운동장(2개소)을 학교에서 중앙 근린공원으로 이동시켰다.
공원 내 위치한 학교 운동장은 수업시간(평일 9시~16시)에는 학생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그 외 시간은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는 소규모 체육시설(농구장, 테니스장 등)을 추가로 설치해 주민들이 더 많이 공원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주민과 학생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한, 중·고등학교 2개의 운동장을 합치면 국제축구장(110×75m) 규격이 되는데 기존 개별 학교별로 위치했던 소규모 운동장 규모와 비교해 볼 때 큰 규모로 계획해 학생과 주민이 훨씬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했다.
이렇게 기존 학교에서 큰 면적을 차지했던 운동장을 공원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학교에는 기존에 없던 여유 공간이 생겼고, 이를 활용해 기존 고층 위주의 단일 학교건물을 저층(1~3층)으로 조성하고, 건물들을 다양하게 분산 배치함으로써 학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평생 동안 각자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다양한 마당공간이 되도록 의도했다.
이는 ‘낮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 고층의 건물의 거주자보다 3배나 많은 친구들을 두고 있다’라는 Gutman의 연구결과에서 착안한 것으로 특히, 교실부터 마당까지 거리를 45m 이내로 제한해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도 자연스럽게 이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실외의 자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높임으로써 ‘자연 안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학교’와 ‘작은 마을과 같은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이곳의 복합커뮤니티단지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사이에 위치해 주민공동체를 서로 연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이 요구됨에 따라 도시조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 일환으로 학교를 둘러싼 담장을 없애면서 방과 후와 주말에는 휴경지와 같았던 학교 공간(체육시설, 시청각실 등)을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개방했다.
동시에 인근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학교 경계에 조깅트랙 및 산책로를 배치해 학생뿐 아니라 주민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고, 조깅트랙 동선에 도서관, 식당 등 학교 공유시설을 인접 배치함으로써 주민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자 했다.
또한, 향후 학교 공유시설과 공원을 찾는 학생과 주민들이 편하게 보행하며 커뮤니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상은 보행과 차도를 분리하고 주차장은 주로 지하로 계획했다.
물론, 이와 같은 계획을 설계공모 단계까지 실행하는데 관계기관 간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학교건축 담당인 교육청과 근린공원 조성을 담당하는 LH의 이해가 필요했고, 향후 시설들을 운영할 세종시청의 협조도 필수적이었다.
이 계획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0여 차례 이상 진행하며 설득과 토론을 거쳤고, 이견을 좁힌 결과 현재의 마스터플랜까지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아직 계획초기라 성공적인 계획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신개념의 학교 시설을 만들고자 하는 도시계획적인 시도가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곳 학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양한 학생들의 개성과 취향에 적합한 창의적인 교육공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학생과 자연이 쉽게 만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이상 학교가 틀에 갇힌 학업의 공간이 아니라 꿈과 끼를 펼치며 전인적 성장을 유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또한 학교시설의 공유를 통해 주민들에게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도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돌볼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시청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들이 새로운 학교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새로운 교육에 대한 희망이 생겨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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