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마포 용강? 글쎄요
<논단>마포 용강? 글쎄요
  • 승인 2003.12.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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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연구위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재건축은 ‘惡' 리모델링은 ‘善'?

최근 ‘주택법'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공동주택의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리모델링주택조합의 설립을 인정하고 주택단지 및 동별 리모델링을 모두 허용하였다.

리모델링 결의시 주민 동의율도 80%로 완화하였다. 또한, 전용면적 85㎡이하 공동주택에 대하여는 국민주택기금에서 리모델링자금을 장기 융자해 주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의 흐름을 보면 재건축은 ‘惡'이고, 리모델링은 ‘善'이라는 극단적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노후화된 공동주택을 재건축하지 않고, 리모델링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다.

우선 비용/편익 측면에서 판단할 때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하여 효용성이 있는 것인지, 나아가 개인의 경제적 가치 추구가 희박한 경우에도 재건축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가하는 것이다.

리모델링 비용이 재건축의 2/3

국내 최초의 리모델링 사례인 마포 용강시범아파트를 살펴보자. 마포 용강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의 주도하에 13개월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최근 입주한 바 있다. 그런데 18평형의 매매값이 6∼7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승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가구당 리모델링 비용으로 5천만원이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1년만에 자산가치가 8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마포용강 사례의 뒷면을 보면 왜 리모델링을 추진했는지 의아스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도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과 비교하여 2/3 수준에 달했다는 점이다. 30년이 지난 아파트였기 때문에 무엇하나 성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골조(skeleton)만 남기고 모두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든다면 차라리 재건축이 낮지 않았을까 싶다.

나아가 공사기간 동안 주민들의 이주가 불가피했다면 무엇 때문에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바람직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직접 시공을 담당했던 D사는 상당한 적자를 보았다고 한다. 결국 입주자에게 이러한 적자 부분을 전가했을 경우 개발 이익도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도 시원치 않다. 보수·보강을 했다고 하지만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20년이 경과된 이후로는 노후화가 현격히 빨라진다. 비록 외장은 화려해졌다고 하더라도 신축아파트에 비하여 구조적으로 안전할 수는 없다.

재건축을 억제하고,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자원의 낭비라는 시각이 있다. 물론 과거에는 폐콘크리트가 전부 매립장으로 직행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폐콘크리트를 ‘자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환경부의 자료에 의하면, 폐콘크리트의 재활용률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자원의 낭비가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주차장과 설비 문제 해결이 곤란

실무적으로 살펴보면, 리모델링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가 많다.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이 주차장 문제이다. 노후화된 공동주택에 살고있는 입주자는 가장 먼저 주차장이 불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단지 단위의 리모델링에서는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하다.

슬러리월(slurry wall)이나 언더피닝(underpinning) 등과 같은 공법을 동원하더라도 기존 주거환경을 유지한 채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즉, 주차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벽식 구조하에서는 평면 변경도 제약이 심하다. 최근 유행하는 3bay의 적용도 곤란하다. 설비의 노후화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 건설 당시에 설비 개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에 버금가는 리모델링 작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리모델링을 과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재건축에서 해법을 찾아야

물론 재건축이 일부 주민의 영리만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구조적 안전성이 위협받는 공동주택도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주택의 수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행된 주택 분양가 규제로 인하여 구조재는 물론 설비나 자재도 가장 싸구려 제품으로 시공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유지관리를 해온 공동주택도 거의 없다. 특별수선충당금도 제대로 징수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재건축을 염두에 두었기도 하지만, 공동주택의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은 노후화되도록 방치하면서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은 모순된 측면이 있다. 리모델링을 재건축의 상대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노후 건축물의 위험을 해소하고, 주차장이나 설비문제 등 주거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건축을 오히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반면, 10여년이 경과한 중층 아파트 단지는 정기적인 보수·보강이 매우 긴요하며,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유지관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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