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분양가 원가 공개하라?
<낙지골에서>분양가 원가 공개하라?
  • 윤경용 팀장
  • 승인 2003.12.06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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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용(취재1팀장)


잘나가던 주택건설업계가 요즘 사면초가다. 10.29부동산대책 이후 신규 분양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인기지역의 경우 1순위에서 대부분 청약이 마감되던 분양시장이 최근들어선 3순위까지 가야 계약을 마감하고 있다.

주택업계는 신규 분양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사업을 내년으로 넘기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A건설의 경우 경기도 양주지역에 1천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분양계획을 연기했다. B건설 역시 세계일보 자리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를 놓고 고민중이다. 분양시장이 썰렁한 최근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주택업계의 장탄식이 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주택분양가 원가내역 공개 의무화(민주당 이희규 의원 대표발의)와 신규주택 분양가격 규제(설송웅 의원 대표발의) 등이 의원입법으로 추진중이다. 현재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넘겨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전 이명박 서울시장은 상암지구 일반분양 아파트 분양가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의 발언으로 앞으로 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는 물론 비슷한 공기업인 주택공사나 경기개발공사 등이 짓는 아파트 역시 분양가 원가를 공개할 경우 민간 주택건설업체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주택업계는 이 시장의 발언이 현재 국회에서 심사중인 주택분양가 원가내역 공개 의무화 입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주택업계는 분양가 원가 공개는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 경영상의 중요 비밀과 경영 노하우 공개를 강제하는 것으로 기업의 영리추구행위를 본질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 업계는 또 원가공개-원가적정성여부 검증-분양가 규제 등의 요구로 이어져 주택가격 왜곡 등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신규주택 분양가 규제 역시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적 조정기능 상실로 주택가격이 왜곡된다는 입장이다. 신규주택과 기존주택과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만 늘어날 뿐이라며 입법에 반대하고 있다.

주택업계는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공개 의무화 등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주택공급의 축소로 이어져 수급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업계의 2003년 겨울은 이래저래 매서운 칼바람에 직면해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주택업계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주택시장을 왜곡시킬수도 있는 입법활동을 재고해야 한다.

주택시장에서 심각하게 왜곡된 가격구조가 왜 일어났는지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업계 역시 그 동안 신규아파트 분양가격이 너무 높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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