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기 없는 환경청 사옥과 최첨단 에너지 캠퍼스를 가다”
“냉난방기 없는 환경청 사옥과 최첨단 에너지 캠퍼스를 가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6.06.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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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9주년특집> 독일 친환경 건축의 원동력과 미래

<창간29주년특집> 독일 친환경 건축의 원동력과 미래

“냉난방기 없는 환경청 사옥과 최첨단 에너지 캠퍼스를 가다”


모더니즘 상징 ‘바우하우스’ 정신 계승한 독일
친환경 건축, 공허한 구호가 아닌 실현된 증거

지난 6월 5일부터 11일까지 독일 외교부 초청으로 ‘모더니즘의 실험실 바우하우스: 독일의 도시성과 도시화’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전 세계 15개국의 도시 및 에너지 전문가와 행정가, 건축가로 구성된 팀은 베를린에 있는 환경부와 독일 에너지 에이전시(dena), 데사우(Dessau)시에 있는 바우하우스 교사, 독일 연방 환경청 사옥(UBA Building), 에센시의 졸페라인(Zollverein) 등을 둘러보았다. 이 중에서 독일의 친환경 건축의 정수를 볼 수 있는 두 개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냉난방기 없는 독일연방 환경청 사옥, UBA

▲ 바우하우스의 도시 데사우에 위치한 독일연방 환경청 사옥(UBA) 내부. ⓒMartin Stallmann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아우토반을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데사우는 인구 9만 명의 작은 도시다.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설계한 바우하우스 교사(1925~1926)를 보기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엔 또 다른 명소가 있는데, 2차 세계대전 후에 폐허가 됐던 시내 중심부의 볼리츠(Wörlitzer)역 앞에 지난 2005년 새로 들어선 독일연방 환경청 사옥(UBA)이다.

연면적 4만1천㎡, 길이 460m의 4층 건물이 거대한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어 외부에서 보면 마치 UFO처럼 보인다. 반원 형태의 내부 광장은 유리 외피로 싸여 건물의 입구를 만들고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열린다. 주변의 아름다운 공원의 풍광을 내부로 끌어올 뿐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산책한다. 이 열린 광장과 내부 중정의 유리 지붕과 차양은 자동 조절된다. 외부는 섭씨 30도를 훌쩍 넘었지만, 실내는 상쾌한 공기가 들어와 마치 숲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건물의 외부는 컬러풀하다. 공원 쪽의 파사드는 녹색, 주거지가 있는 쪽엔 벽돌색을 기초로 7가지의 기본 색채를 만들고 33개의 그러데이션을 사용했다. 거대한 판으로 된 넓은 차양 패널은 채색된 유리 패널과 공기를 쉽게 유입할 수 있게 설계된 깊은 창틀과 연속해서 부착돼 있다. 놀라운 점은 이곳엔 냉난방기가 단 한 대도 없다는 것인데,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후안 루카스 영(Juan Lucas Young, sauerbruch hutton건축)은 “설계 당시 독일 정부는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친환경 건물을 원했다”고 말한다.

한여름엔 35도가 넘고 한겨울엔 폭설과 영하 20도 넘게 떨어지는 곳인데 어떻게 냉난방기가 없을까? 비결은 빈 공기관을 통해 자연스러운 공기 순환을 이용한다. 한여름에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내부 관을 통해 들어가면서 시원해지고 겨울에는 찬 공기가 공기관을 통과하며 따뜻해진다.

안내를 맡은 브리트 하이네케(Birgitt Heinicke)는 “실내의 모든 공기 순환은 전기로 하는 게 아니라 공기압을 조절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엔 창을 닫아놓고, 봄가을로 창을 열어 놓으면 일 년 내내 실내 기온이 적정하게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빛이 들어오는 천창으로 조명이 따로 필요 없다. 800명이 일하는 내부 사무실은 작게 나뉘어 있지만 4층 건물의 모든 조명과 창문, 책상이 자동으로 조절하고 작동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산업유산을 재생시킨 친환경 미래도시, EUREF-캠퍼스

▲ 산업유산을 재생한 최첨단 미래 에너지도시, ‘EUREF-캠퍼스’의 상징인 가스타워.(사진제공_‘EUREF-캠퍼스)

독일 베른린시 서남부 쉐네베르크(Schoneberg)지역의 중심에 ‘친환경 미래도시’ EUREF-캠퍼스가 있다. 2009년 개발되기 시작한 이곳은 현재 독일뿐 아니라 유럽 친환경 실험의 현재를 보여준다.

원래 이곳은 1800년대 후반 가스탱크(Gasometer)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던 산업지대였다. 당시 유럽에서 최대 규모였던 가스탱크들이 가득 찼던 이곳은 20세기 들어 석유로 대체되며 오랜 시간 버려졌던 산업시대의 낡은 유산이 되었고, 지금은 철골 구조만 앙상하게 남은 거대한 가스탱크가 마치 상징처럼 한 가운데 남아 있다. 독일 정부는 2007년 과거 에너지 개발의 상징이었던 이곳을 최첨단 미래 에너지 캠퍼스로 바꾸기로 한다. 입주한 기관과 다국적 회사들은 에너지와 관련된 실험을 하고 또 실제 증명하고 있다.

현재 EUREF-캠퍼스에는 독일의 베를린 공과대학 일부와 독일 최대 전력회사인 슈나이더(Schneider Electric), DB(Die DB International), 미국의 IT회사인 시스코와 GE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기업 100여 곳이 입주해 있고 2천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캠퍼스를 방문했을 때 가스탱크의 돔형 구조물과 독특한 디자인의 풍력 발전기가 눈길을 끌었다.

다른 지역과 차이점은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모든 자동차는 지하에 있고 지상엔 전기차와 전기 모터 바이크가 교통수단을 대체한다. 한쪽엔 독일에서 가장 큰 전기 자동차 충전소가 있다. 안내를 맡은 카르스텐 바우하우스(Carsten BAUHAUS)는 “자체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와 마이크로 스마트 그리드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부하 관리 시스템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전체 계획의 80% 정도 진행된 이곳은 2018년까지 25개의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다. 현재 면적은 16만5천㎡로 작은 캠퍼스지만 친환경 도시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카르스텐은 “이곳의 특징은 실험적인 재료가 아닌 상용화된 다양한 기술과 부품을 한곳에 모아 보여준다는 점이며, 이미 실현된 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해 보면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내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독일 친환경 건축의 원동력, 싱크탱크 허브 DENA

이렇게 독일이 친환경 건축과 기술에 앞선 원동력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 중 하나가 dena다. 독일 에너지 에이전시(Deutsche Energie-Agentur GmbH)로 2010년 정부에 의해 세워진 싱크탱크다. 연구만 하는 곳은 아니라 연구기관과 민간기업 그리고 정부와 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

독일은 일찌감치 에너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1977년 석유 파동 이후 2015년까지 건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목표를 세웠다. 2010년엔 205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세웠다. 욘 비갈케(Uwe Bigalke, dena 프로젝트 디렉터)는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상당 부분이 건축물의 에너지로 사용된다”며 “2020년까지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 목표를 20%로 세웠다”고 말한다. 그 근거는 철저한 사전 조사다. 실제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조사했더니 조명보다 난방을 위한 석탄이나 가스를 태우는데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그래서 열에너지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특히 신축한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이 전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낡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리모델링에 대한 지원이나, 친환경 제품 사용, 에너지 효율성 높은 건축 자재를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은 기금 조성을 위한 은행까지 설립했다. 독일 정부의 개발은행인 KfW의 주 업무는 고효율 에너지 주택 자금 지원이다. 에너지 효율성 기준(KfW-60, KfW-40)까지 만들어 표준으로 삼았다. dena는 하나의 행정조직이 아니라 실용적인 복합 지원 기구다. 장기 계획, 철저한 사전조사,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UBA가 있는 데자우는 앞서 말한 대로 바우하우스로 유명한 곳이다. 바우하우스는 모더니즘 시대의 상징이다. 모두가 전통적인 방법과 디자인으로 주택을 짓던 시대에 혁신적인 건축을 선보였다. 일례로 바우하우스 교사는 세계 최초로 커튼월이 적용된 건물이다.

독일은 현재 2019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준비하며 ‘위대한 계획’이라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2019년을 목표로 데사우에 새로운 박물관을 짓고, 베를린에 있는 아카이브를 확장한다. 100년이나 된 낡은 학교가 여전히 시대를 앞서간다. 독일에서 친환경 건축은 하나의 트렌드나 구호가 아닌 직면한 현실이며 장기적인 과제이자 눈앞에 실현된 증거다.

글 / 건축전문기자 심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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