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발주처의 재량권 남용
<낙지골에서>발주처의 재량권 남용
  • 승인 2003.10.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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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진(취재1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했나? 국내 입찰제도를 두고 하는 속담같다.

지난 2001년 최저가낙찰제를 놓고 업계간 치열한 논쟁을 펼치더니 올해 들어서는 턴키·대안입찰을 둘러싼 대형·중견건설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야 정부의 주택정책에 밀려 다소 소강상태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설업계에 있어 입찰제도는 뜨거운 감자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요즘에는 지방업체들까지 가세한 최저가낙찰제 시장에서는 낙찰률 50%대의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여전히 턴키시장은 대형사들의 전유물로 대형사들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턴키나 최저가를 둘러싸고 치열한 업체들간 수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시행한 입찰방식 하나가 눈에 띈다.

공사명 ‘인천국제공항 2단계 PC 제작장 설치공사’에 적용된 입찰로 기술제안심사(일종의 턴키)와 최저가낙찰제를 혼용한 방식으로 기술제안서 심사를 거쳐 통과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는 것.

따라서 업계일부에서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수주는 최저가로 해야 하는 최악의 입찰방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발주처인 인천공항이 해당 공사를 실적제한으로 발주함에 따라 참여가 가능한 업체도 4개컨소시엄에 불과했고 이들 업체들 역시 용역입찰도 아닌데 턴키와 같이 기술제안을 실시함은 물론, 거기에 최저가를 적용하는 것은 발주처가 재량권을 지나치게 남용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한다.

물론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1단계에서도 동일공사의 경우 이번 입찰과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고는 하지만 고난이도의 공사도 아니고 보편화된 공사내용을 실적제한과 기술제안서 작성, 최저가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과다 제한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규모가 500억원대인 이 공사의 제안서를 작성하는데도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2억까지 투입된다"며 “발주처가 입맛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입찰기준을 갖고 입찰방식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해당 공사 참여업체들은 기술제안서를 심사했으면 그 결과를 입찰에 반영함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입찰제도 개선을 놓고 발주처의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천국제공항 입찰방식은 보편적인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발주처의 불합리한 재량권 남용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물론 발주처 입장에서는 공사에 가장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여전히 국내 발주기관들의 행정편의적·자기방어형 입찰방식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다시 한번 발주기관의 입찰제도와 관련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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