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피·아 식별의 장으로 전락한 국정감사
<기자수첩>...피·아 식별의 장으로 전락한 국정감사
  • 홍제진 기자
  • 승인 2001.09.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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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시작된 2001년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놓고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국감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왜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무용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지금의 국감장은 국감장이 아닌 여야의원들의 편가르기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여당의원들이 수감기관을 대신해 야당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국정을 감사하는 것이 아닌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피·아 식별의 장이라는 것.
이는 여야의원들의 감사 질의서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건설교통위원회의 첫 감사대상인 인천국제공항공사 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개항이후 발생한 각종 문제점을 비롯해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문제 등에 대해 강도높게 추궁한 반면 여당의원들은 삭감된 예산을 마련해줄 듯이 한결같이 조속히 2단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국감에서도 여당의원들은 극히 형식적인 질의에만 치중했으며 야당의원들은 2단계 사업의 조기 착수를 비롯해 차량, 건설, 유지관리, 사업자 선정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무차별적인 질문을 던져 극히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전라남도와 경기도, 부산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 국감에서는 지자체장의 당 소속 여부에 따라 여야의원들의 질의 강도가 바뀌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야의원들간의 감사 강도에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올해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수감기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차라리 야당의원들에 한해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 아니냐는 주장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곧 국정감사가 국민을 대표해 1년간의 국정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있다면 국정감사는 불필요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
피·아식별의 장으로 전락해버린 국정감사, 과연 이대로 방치해야만 하는지 국회의원들의 진지한 반성이 촉구된다.

취재2부 홍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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