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행정 바로세우기
입찰행정 바로세우기
  • 승인 2003.10.06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제진(취재1팀)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다. 입찰이라는 절차를 통해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건설산업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입찰행정은 건설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중에 하나이며 건설업계간 입찰제도를 놓고 갈등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중요한 행정을 놓고 지난달 26일 국내 건설업계에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웃지못할 해프닝 하나가 발생했다.

중앙조달을 위탁·시행하고 있는 조달청 산하 전북지방조달청 입찰장에서는 입찰시 첫 번째 절차인 예정가격을 뽑는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유찰된 일이 발생했다.

해당일 입찰에 참가한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공사명 익산시관내 국도대체우회도로 황등~오산간 도로공사로 추정사업비 1천630억원, 1등급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입찰로 문제의 발단은 입찰장에 예정가격 봉투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입찰참자가들이 왜 예정가격을 안뽑냐고 항의하자 조달청 담당자들은 우선 투찰을 하고 예가는 나중에 뽑자며 입찰을 강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천억원이 넘는 대형공사 입찰에서 눈앞에 예가봉투도 없는데 투찰할 건설업체는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그날 입찰은 입찰참가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못이긴 조달청 관계자들이 부랴부랴 유찰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이날 집행되지 않은 입찰은 지난 2일 같은 장소에서 실시됐으며 철저히 준비된 입찰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됐다는게 입찰참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단순한 절차상 문제로 보고 넘길 수도 있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입찰에 참가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른데도 아니고 공사계약을 전담하는 조달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건설업체의 실수로 유찰이 됐다면 아마 보도자료 뿌리고 난리를 쳤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무려 1천600억원이 넘은 대형공사 입찰에서 어떻게 예가없이 투찰을 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조달청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거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해당 조달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결과 시스템상 착오로 인해 발생한 단순사고일뿐 건설업계가 생각하는 의혹은 전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기관을 대신해 계약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조달청으로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깊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조달청은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절차를 무시하고 입찰을 강행하려고 했다는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조달행정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입찰행정 바로세우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