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보내며 진화하는 조경을 위하여...
2015년을 보내며 진화하는 조경을 위하여...
  • 한국건설신문
  • 승인 2015.12.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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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준 조경평론가

우리는 지난 시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조경계 내외부를 보았을 때, 그 부침은 외부적 상황 때문보다도 내부적 혼란 때문인 경우도 많았고 심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적 서비스로서 조경이 하나의 전문 분야이자 천직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나타나는 부침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고 건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로병사가 있고 만고의 순리가 그렇듯, 지나간 시간과 낡은 시각은 지속가능하기 위한 도약과 진화를 언제나 필요로 한다. 조경의 시대라고 기꺼워하던 시절이 어제이듯, 어제와 오늘 사이의 이쯤에서 조경은 언제나처럼 새로운 변화와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 법률 같은 실효적인 체계가 준비되며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조경을 사회적 서비스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첫 단계가 이제야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변화의 방향은 조경계가 고민해야 할 몫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내외부적 상황이야 어떻든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변화이고 우리 사회가 조경계에 준 새로운 질문(chance)인 것만은 분명하다.

옴스테드 시절처럼 사회적 변화를 진화의 기회로 삼아 생각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보이지만, 조경 내 관습과 습관은 여전히 지난 시절 관성대로인 것 같다.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상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처음 맞이하는 상황이며, 조경 모두에게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시험의 의미도 있다. 처음이기에, 변화하는 지금 여기 상황에 눈 밝은 시각과 진취적 실험, 담론과 공론이 진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나 내부의 중론은 여전히 성찰 없는 유아적 난삽함에 눈치 보느라 바쁘다. 특히 몇몇의 큰 목소리가 마치 전체인 양 여전한 것은 지난 시절을 성찰하지 못하였고 불찰이 여전함을 뼈아프게 방증한다.


다시, 다가오는 상황은 모두에게 처음이다. 경험의 많고 적음이, 영향력의 많고 적음이, 나이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서로, 그리고 내외부로 소통하며 공감하느냐가 진화의 기술이자 공학으로 자리할 때이다. 조경 모두가 잔치마냥 시끄럽게 머리를 맞댈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멈추지 않고 젊은, 조경계의 지식들께서 이 상황에서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찰할 줄 모르는 아집만이 여전한 관습에 매여 가치 없는 자리와 명예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소통을 가로막고 있지만, 내부적 지혜와 지식들은 전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얇지만 폭넓은 공감을 보여주며 조경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말, 오래 전 누군가의 지적에도 부답하며 희망을 가로막은 관습과 아집의 목소리는 새로운 변화를 성찰하고 헌 해(年)와 함께 과오를 덮고 새로운 공감의 장에서 공평하고 고른 담론으로 모두가 소통하고 공유하는데 일조할 각오가 필요하다. 함께 하는 조경을 위해서도, 사회적, 문화적 서비스로 진화하고 정착하는 조경을 위해서도 이는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태도이다.


마야의 달력이 지구 종말의 의미가 아니었듯, 한 시대의 조경은 그 시대적 사명 완수를 받아들이고 다가오는 새로운 문명에 조용히 자리를 마련하며 모두 함께 새 날(歲月)의 목소리로 그 자리에서 잔치벌일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조경이라는 같은 맘으로, 같은 방향을 각자의 시각에서 비교하고 소통하고, 나아가 이끌어주고 고쳐주고 공감하며 모두의 조경이라는 새로운 DNA로의 재배열과 외삽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시대는 그 시대 안에서 규정할 수 없다. 조경의 시대는 그런 점에서 너무 빠른 역사였다. 그러나 지금, 분명한 변화와 진화 앞에서, 지난 조경을 성찰하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실효적인 미래를 꿈꾸게 한다. 조경의 모든 현안과 관습들이 이 해를 기점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DNA로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다양한 혼성으로 자연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 우리의 상황을 진화 모색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종 간 혼성은 본래 혹독하고 위험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명의 진화는 계속되었다. 건강한 소통과 공감으로 모든 현존하는 진화가 그러했듯 조경의 안팎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하이브리드를 이종 간 불순과 종말의 매개로 낙인하지 않고 새로운 DNA 구조를 위한 효소 작용으로 이해하며 건강한 진화로 이끄는 지혜와 유연한 사고가 절실하다. 새 해에는 조경에 그런 소통과 공감의 건강한 병신(柄臣, 權臣)들이 가득하길 바란다.
 

기사제공_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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