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상가분양광고의 진실성과 시장의 자율성
<논단>상가분양광고의 진실성과 시장의 자율성
  • 승인 2003.09.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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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근 부동산정보업체가 투자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의 응답자가 상가분양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굿모닝시티'사건으로 인해 상가분양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진 데 기인하는 바 클 것이다.

상가분양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 주된 원인은 선분양제도를 악용하여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한 일부 시행사나 분양대행사들의 부도덕한 상술이나 기만행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분양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미사여구와 화려한 도안으로 인해 누구나 금방이라도 고수익을 얻게 될 것 같고, 마치 해당 상가분양이 두 번 다시는 잡을 수 없는 천금의 투자기회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렇듯 수분양자를 오도하고 기만하는 부당광고에 대해서는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과 ‘상가등의분양및임대표시·광고에관한심사지침'등이 적용된다.

그러나 수없이 매일 쏟아지는 상가분양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나 관련 기구가 세심하게 검토하여 모두 걸러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기존의 부당광고는 주로 예상수익률이나 주변 상권 등에 대한 허위·과장이나 기만적 표현이 문제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건축허가여부나 중도금의 관리주체 등 수분양자들의 투자의사결정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들을 누락시키거나 왜곡하는 형태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상가분양시장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선전이나 광고에 다소의 과장·허위가 수반되더라도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信義則)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欺罔性)이 결여된다고 보고, 분양시설의 운영과 수익에 관한 사항은 투자자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우리 정서와 다소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그 만큼 수분양자는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분양광고는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택·부동산시장이 정부의 각종 규제조치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상가분양광고의 표현은 더욱 분양을 부추기는 달콤한 내용으로 가득 차고 있다.

그렇다면 부당광고로 인하여 시행사나 분양대행사는 언제나 수익을 올리고 투자자나 수분양자는 항상 봉이 되는 운명적 관계에 있는가.

이솝우화 ‘늑대와 목동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복되는 거짓에 계속 속아넘어갈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투자자를 현혹하는 부당광고는 단기적으로 청약이나 계약률을 높여 시행사나 분양대행사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분양광고의 진실성은 곧 밝혀질 것이고 투자자는 외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상가분양의 침체로 이어지고 시행사나 수분양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불행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수익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합리적 판단이 결여된 '묻지마 투자'식의 행태를 보여주는 일부 수분양자에게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분양자의 과욕이 시행사나 분양대행사의 허위·과장 분양광고를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광고내용의 기만성을 충분히 인지하여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상당한 수준의 부동산 전문지식과 시간·노력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상호간에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법에서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의 가장 기본적이고 상위의 기준이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면 시장 자체도 존립이유를 상실하게 되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그리고 나아가 국가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각종 제도와 법령이 만들어져 있지만 그것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는 사회는 또한 그것으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선진국의 경쟁력이 ‘자율성'에 있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오늘도 신문에 끼여 들어온 상가분양 광고전단을 보고 있노라면,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긴장감마저 든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보면 부동산시장의 선진화가 그리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분양광고를 포함한 자율적 거래질서가 정립되어 있는 그곳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선진화된 시장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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