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하자 기획소송 확산, 패소 사례 많아 입주민 피해 심각
공동주택 하자 기획소송 확산, 패소 사례 많아 입주민 피해 심각
  • 주선영 기자
  • 승인 2015.10.1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공동주택 하자 기획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 연구

한국건설신문 주선영 기자 = 건축 기술이나 자재의 품질이 눈부신 진화와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으나, 하자 관련 소송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흡한 틈새를 파고들어 경제적 이익 보장으로 입주민을 오도하는 하자 기획 소송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 사회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김흥수)이 최근 발간한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하자 발생에 따른 하자 보수의 요구는 정당한 권리 행사이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시공 기술이나 건자재의 품질이 향상된 오늘날에 하자 여부나 권리 행사의 범위 및 하자보수 비용의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과거보다 오히려 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아이러니가 엄연히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입주민으로서는 당연한 재산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자 보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건설사는 대외적 이미지 관리 측면을 고려해 지나치게 하자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나 하자 보수에 대한 소극적 자세의 견지 등으로 인해 하자 분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자 기획 소송의 특징과 사회·경제적 파
‘하자 기획 소송’이란 소송을 의뢰하는 입주민의 진정한 이익보다는 일부 변호사자신의 수익 극대화에 비중을 둔 ‘위장 기획 소송’ 성격의 하자 소송을 말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 기획 소송은 입주민과 건설사 등 당사자간에 갈등과 분쟁을 심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하자 보수를 지연케 하고 거주 불편이나 소송 종료시까지 위험에 노출시켜 놓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양산시킨다”고 조언했다.
◇하자 기획 소송 특징= 첫째, 하자 기획 소송은 대체로 준공 후 5〜10년 미만 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요 대상물이 되고 있다. 최장 10년인 하자보수 의무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행사나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 소송을 제기해 두는 것이 하자 보수의 요구나 하자 분쟁의 협상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유리하다고 변호사 등이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서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주가 마무리된 직후 분양 대금 정산 소송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과거보다 하자 소송 제기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둘째, 주로 하자 보수 소송 전문 변호사 등과 법조 브로커 또는 하자 진단업체 등이 연계돼 입주민에게 소송을 통한 하자 문제 처리를 유도 또는 권유하는 ‘소송 영업형’과 ‘종합 기획형’ 등이 있다.
셋째, 국내에서는 재판의 준칙이 될 만한 하자 판정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의 결과가 감정인 의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용해 변호사나 하자 관련 안전진단업체 등이 하자 보수비용이나 손해배상금 부풀리기 또는 승소 장담의 경우가 많다. 변호사는 최소한 기본 수임료를 챙길 수 있지만, 입주민들은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소송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위험성이 크다. 또 하자보수 비용이나 손해배상금 부풀리기도 심각한 수준인데,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100억여 원이었음에도 판결 금액은 고작 6억원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
넷째, 하자 기획 소송의 경우 변호사 등은 입주민의 하자 보수나 안전 확보보다 등의 승소 판결금이나 합의금,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의 극대화에 비중을 두고 소송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호사는 판결 금액의 17~30%를 승소에 따른 성공보수금, 패소하더라도 수임료 등 각종 명목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하자 소송의 승패와 상관없이 수익을 거두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다섯째, 입주민은 하자 소송에서 청구가 기각되거나 패소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승소한 경우조차 판결 금액이 당초 예상 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수임료 외에도 성공보수 등 다양한 명목으로 변호사에게 지불하고 나면 하자 보수를 위한 충분한 비용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사회·경제적 비용 지출= 하자 소송의 증가와 함께 하자 기획 소송의 실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지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 기획 소송의 성격을 띤 대부분의 사례에서 볼 때, 하자 소송에서 승소하는 경우에조차 그에 따른 이익은 입주민이 아닌 변호사가 대부분을 챙겨가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자 소송의 실효성에 대해 입주민을 포함해 전문가들조차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만 수익 얻을 뿐 입주민은 사실상 들러리
구속력 있는 하자판정 기준 제정 등 제도 모색해야"

■하자 관련 분쟁 현황 및 동향
2000년대 이후 매년 급증하고 있는 하자 소송은 법조계에선 민사소송 분야의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파트의 하자 보수비 규모는 연간 1조원대에 달하며, 이 분야 법률 시장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하자 관련 분쟁이 소송의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국토교통부 산하 ‘공동주택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의 조정 절차를 통한 하자 심사 및 분쟁 해결 사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요 분쟁 유형별로 보면, 설계도서상의 상이 시공이 18%, 결로 등이 18%, 창호 등의 기능 불량이 10%, 기타 소음 14%, 균열 및 누수가 15%, 오염 및 변색이 6%, 기타 19%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225개 건설사를 상대로 663건의 하자보수 이행 청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160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자 소송에 따른 이행 청구 금액만 약 4천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10월 현재 서울중앙지법 14개 건설 전담 재판부에 접수된 사건이 1천16건에 달하는데, 이중 대부분은 입주민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낸 하자보수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기획소송의 만연현상은 소송에 따른 경제적 피해 외에도 사업주체와 입주민간의 불신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하자보수 등 하자관련 민원의 처리과정에서 당사자 간 대화나 협의보다 감정적 충돌을 앞세우는 등 상당한 부작용마저 동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자관련 분쟁의 합리적 처리위한 제도 개선
하자기획소송을 퇴출시키고 하자관련 분쟁의 합리적 처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분쟁 당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만 입주민과 건설업계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하자보수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제도적 환경의 구축= 「주택법」 혹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마련된 분쟁당사자간 자율적 해결방법(협의나 하자 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 등)을 우선 이용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하자분쟁 관련 당사자 일방이 조정절차의 이용을 원할 경우 그 상대방도 분쟁조정에 응하도록 하는 등 쌍방의 의무로 하는 법령상 보완이 필요하다.
◇「주택법」에 하자보수보증금의 하자 보수 우선 사용 의무 명문화=하자 보수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하자 소송의 승소로 입주민들이 수령하게 되는 판결금을 「주택법」에 규정된 하자보수보증금 사용용도 제한과 마찬가지로 하자 보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를 명시할 필요 있다. 하자 분쟁의 조정 절차를 거친 경우 수령하는 「주택법」상의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 보수에 직접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용 내역도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단순히 금전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한 조정 절차 이용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법령간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법」 외의 하자 보수 관련 법령, 즉 「민법」, 「집합건물법」, 「건설산업기본법」 등에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구속력 있는 하자판정 기준 제정= 하자기획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하자분쟁에 대한 공정성 및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판정기준이 제정돼 시행돼야 한다. 또 법원 판결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례가 축적될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원의 감정인 지정과 감정의견 청취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하자 보수를 우선하는 등 역무적 이행 위주로 판례 변화 필요= 법원도 분쟁 당사자 모두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 또, 관련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며, 관련 기준의 보완 노력을 강화해 판결의 객관성과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보상 위주의 현재 소송 방식은 실질적인 하자 보수보다 금전적 보상을 우선하는 하자기획 소송 등으로 인해 변질 우려가 높으므로 하자 보수(재시공, 적정 보수 및 관리)라는 본연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역무적 이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법원도 서울 강동구 S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S건설을 상대로 낸 하자보증금 소송(시공상 하자 혹은 사용자의 잘못으로 인한 하자인지 여부를 다툼)에서 ‘건설사가 금전을 지급하지 말고 직접 하자를 고쳐줘라’는 내용의 조정을 2005년에 이미 최초로 내린 바 있어 주목을 끌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