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역사공원의 플레이스브랜딩 '스토리를 담다'(2)
서소문역사공원의 플레이스브랜딩 '스토리를 담다'(2)
  • 한국건설신문
  • 승인 2015.06.09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신동윤 (주) 디렉션 대표

(1회에 이어서) 서소문 역사공원은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시기에 100여 명이 넘는 신자가 처형된 천주교 최대의 순교성지이다. 동시에 동학 혁명의 지도자 등 많은 사람의 사형이 집행된 조선시대 중요 역사유적지이기도 하다. 위치상 서울역과 숭례문을 걸어서 15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서울 중심의 중요 문화관광 자산이기 때문에 시민을 위한 명품 휴식처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서소문 역사공원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뽑아내기 위해 자료 분석과 함께, 건축가, 담당 공무원, 그리고 천주교 담당 신부들을 인터뷰 하였다.

‘희생으로 얻어진 자유, 평등을 깨닫고 경험하는 곳’, ‘세상을 바로 잡고자 하는 믿음’, ‘고차원적인 가치를 살피고 내가 존엄하다는 것을 성찰하게 만드는 곳’ 등의 내용을 도출할 수 있었다.

또한, 경쟁브랜드와 해외사례 분석을 통해 종교적인 접근보다는 흥미와 감동을 동반한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해야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특히 작년 9월 문을 연 캐나다 인권 박물관(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의 경우, 기존의 유형 유물중심의 박물관과 달리, '인권의 진화와 미래'라는 무형자산을 다룬 세계 최초의 박물관으로서 서소문 역사공원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보았다.

조사와 분석과정을 통해 ‘서소문 역사공원은 초기 가톨릭 신자들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100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라는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라는 표현이 야심 차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경험을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는 명품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믿음이 있어 전자를 선택했다.
 
브랜드 컨셉이 개발되자 그것을 기반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을 진행하였다. 브랜드 컨셉을 중심으로 키워드를 도출하고 또 그 키워드들을 조합하여 몇 가지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그 중 선택된 3가지 디자인 안을 서울 중구청과 명동에서 각각 주민투표를 3일 동안 실시하여 하나의 디자인 안을 선택하였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안은 서소문의 초성인 ㅅ ㅅ ㅁ 을 세로로 배치한 디자인으로 세로쓰기와 적층의 개념을 적용하여 역사적 관련성을 부여하고 ‘사람이’ + ‘참수를 당한’ + ‘장소’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감싸는 직사각형으로 장소와 이야기를 담는 틀과 문의 의미를 부여하고 붉은색을 사용하여 ‘희생’과 ‘순교’를 상징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플레이스 브랜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즉각적인 느낌을 만드는 일이다. 만약 그 즉각적인 느낌이 서소문 역사공원에 대한 것이라면 ‘적층을 표현한 건축물의 마감재’, ‘지상과 지하의 주요 공간을 연결하는 순례길’, ‘붉은색의 서소문 역사공원의 심볼’ 외에도 수많은 정보, 메세지, 이미지, 그리고 경험들이 필요할 것이다. 브랜드 컨셉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하나의 ‘즉각적인 느낌’을 만들기 위한 로직(Logic)과 톤 앤 매너(Tone & Manner)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즉 브랜드 컨셉은 말 그대로 핵심 내용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그 핵심을 심볼이라는 접점에 실제 적용한 결과이다. 그러니 이 두가지를 이용하면 앞으로 슬로건, 마케팅, 광고, 컨텐츠 등 다양한 접점을 디자인할 수가 있다.

서소문 역사공원이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컨셉과 아이덴티티만으로 장소 브랜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브랜딩을 통해 성공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브랜드 컨셉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서울 중구청의 담당 공무원들의 열린 생각과 그들의 서소문 역사공원에 대한 열정과 이해의 깊이가 서소문 역사공원을 성공적인 플레이스 브랜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밑거름이 된다고 믿으며, 서소문 역사공원을 플레이스 브랜딩의 좋은 사례로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끝)
글 _ 신동윤 대표  ·  (주) 디렉션
기사제공_라펜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