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쉘터(Human Shelter)로서 콘크리트의 과제
휴먼쉘터(Human Shelter)로서 콘크리트의 과제
  • 김무한 명예교수
  • 승인 2015.03.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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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건설구조물은 콘크리트로 축조되어 있다.
콘크리트 숲에 싸여버린 21세기 문화를 ‘콘크리트문화’라고 부르기도 하며, 인간이 만들어놓은 GNP의 70% 이상이 콘크리트로 형성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렇게 인간과 친숙하게 지내면서도 휴먼쉘터(Human Shelter)인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하여 감사하다고 느끼는 정서가 메마른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가 매일 숨 쉬고 있는 공기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에 대한 고마움을 인지하지 못한 채, 휴먼쉘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콘크리트 숲속에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한다.
포틀랜드 시멘트를 사용한 콘크리트의 역사는 10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신재료이지만, 20세기 중반부터 콘크리트는 사회기반시설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그동안 골재 부족, 가수(加水)에 의한 품질의 신뢰성 저하, 강도 부족 및 내구성 등에 대한 문제도 적지 않아 콘크리트 위기(Concrete Crisis) 의식이 고조된 적도 있다.
그러나 자원 확보의 용이성, 경제성, 구조재료 및 마감 재료로서의 우수한 성능과 기능성 재료로서 잠재성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콘크리트를 대체할 새로운 재료의 출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 21세기에는 건축·토목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한층 초고층화, 대규모화, 고성능화, 고기능화 및 고내구성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기술의 고도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콘크리트와 인간은 닮은 점이 많다.
우리 인간도 성인이 될 때까지 유아기에 부모님의 사랑과 애정 속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듯이 콘크리트의 강도와 내구성 향상 및 장수명화를 위해서는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 시기에 충분한 양생과 보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에게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이 있듯이 콘크리트에서도 촉진양생의 효과가 대단히 크나, 조기교육의 단점처럼 촉진양생의 가열이나 냉각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콘크리트의 품질이 오히려 저하되는 사례도 있다.
즉, 콘크리트는 거칠게 다루어서는 안되며, 매우 정성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재료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이 고층화되고 대규모화되고 있는 추세로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방재와 안전 면에서 성공적인 결실이 얻어지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건축·토목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 사용목적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구조안전성, 내구성, 시공성, 사용성 등의 여러 성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콘크리트의 목표 성능과 품질을 실현하려면, 기획 및 설계단계에서 구조물의 계획수명을 명확히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수명에 근거하여 콘크리트의 설계기준강도, 사용재료의 종류, 피복두께, 사용위치 조건, 마감 등을 결정하여 설계도서 및 시방서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기획·설계단계에서 충분하고 심도있는 검토와 분석이 이루어질 경우, 콘크리트 구조물의 성능과 품질을 최대한도로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공사비를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건축구조물의 경우, 높이가 500~800m 정도의 초고층 건축물이 증가하고 있어 압축강도 100~200MPa 정도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요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의 사용조건, 사용재료의 종류, 철근의 피복두께 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또, 해수(海水)에 항상 접촉하고 있는 해상에 건설하는 토목구조물인 교량의 경우, 콘크리트에서 피복(옷) 역할을 하는 피복두께를 8~10cm 정도로 증가시켜 철근 방청효과를 증대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교량과 같이 4~5cm 정도의 피복두께로 하였다면, 100~200년 이상의 내구수명을 요하는 해상 교량의 경우, 내구수명이 30년 내외로 단축되어 재해 및 안전측면에서 국가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이는 재료자체의 문제라든가 콘크리트 구조물이 현재 규정되어 있는 설계방법에 준거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재해 및 안전 외력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목표를 세워야한다.
구조물의 발주에 있어 발주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식으로는 시방규정과 성능규정이 있다. 시방규정에 의한 발주는 구조물의 형상, 치수, 재료 등을 구체적으로 나타내어 수주자는 이에 따라 시공하면 된다.
성능규정에 의한 발주는 발주자가 요구하는 성능을 제시하고, 수주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제안을 하여 이에 따라 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 것이 보장되면 설계·시공 및 사용재료의 선택은 시공자의 자유이다.
이러한 방식은 설계·시공의 자유도가 증가하여, 공사비 절감이나 신기술·신공법의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구조물의 목표 성능이 명확하게 되므로 사회기반시설의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발주에 있어서 시방규정으로부터 성능규정으로의 이행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건축·토목학회의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도 이러한 성능규정 형태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
한편, 이미 팽배한 건설스톡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하여 콘크리트구조물의 설계 및 시공에 있어서 종래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후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나 건설에 있어서 방재나 안전을 심도있게 고려하기 위하여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인가 하는 설계목표의 설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요구해야할 성능은 내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의 열화 및 장수명화 문제를 생각하면, 100년, 200년 또는 그이상의 장기 내지는 초장기의 내구성을 목표로 하는 전략적인 콘크리트 구조물의 설계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조·기능·미를 갖추지 못한 건축·토목용 콘크리트 구조물은 인간정주환경 및 도시주거환경의 조성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전락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21세기에 걸맞은 환경친화적인 인간정주환경과 도시주거환경을 조성하고, 국민들로부터 콘크리트구조물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애정을 얻을 수 있도록 구조·기능·미를 갖춘 건축·토목 콘크리트구조물을 창출해 내려는 레오날드다빈치와 같은 과학적이고 복합적인 예술가의 뜨거운 정열과 새로운 노력을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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