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최저가 낙찰제도에서 내역심사의 도입과 효과
<논단>최저가 낙찰제도에서 내역심사의 도입과 효과
  • 승인 2003.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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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1년부터 최저가 낙찰제가 실시되면서 예정가격대비 약 65%에서 낙찰률이 결정되고 아주 낮은 경우에는 약 56%선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많은 주장과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저가투찰로 인한 부실공사의 우려가 있어서 낙찰률의 한도를 정하여 그 이하로 응찰할 경우 탈락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며 이와 달리 건설업체들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건설공사비를 산정하기 때문에 최저가를 시장가격을 인정하여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이들은 낙찰률한도를 정하는 것은 오히려 건설공사비 낭비이고 부실공사는 책임감리제도 확충 등을 통해서 방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두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으나 전자의 경우에는 건설업체간의 자유스러운 경쟁을 통해서 적정한 건설공사비가 도출되도록 할 수 없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건설업체의 생리상 합리적이고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건설공사비가 한없이 낮아져서 결국의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남아있으며 현실적으로 책임감리제도만으로 부실공사를 방지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최저가 낙찰제도의 확대적용이 유보되는 것은 부정적인 효과 즉 저가투찰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저가 투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저가심의제도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저가심의 방식의 큰 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세부공사비를 대상으로 저가여부를 심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사수행능력이나 총액공사비의 낙찰률 등을 지수화하여 저가여부를 심의하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적용하든 건설업체들이 현실성이 없는 낮은 건설공사비를 제시하여 낙찰자로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낮은 공사비로 응찰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입찰과정에서 판정할 수 있는 것이 세부공사 내역서에 기초한 저가심의이다.

이 방식은 응찰자가 제시한 세부공정별 공사비를 비교 평가하여 저가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문제는 비교 평가하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교평가 기준의 조건은 시장가격이 반영되어야 하고 간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가심의절차가 복잡할 경우 발주청에서 운용이 어렵고 일정 선에서 낙찰률이 결정되도록 유도할 경우 예산낭비 등의 시비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 건설공사비 내역서를 비교 평가하여 저가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의 요체는 이론적으로 건설시장은 단위공사별로 형성되고 건설공사의 특징상 건설공사비는 건설현장의 기술적인 요건에 따라서 거의 독립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비교평가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즉 건설공사비는 각각의 응찰자가 제시하는 가격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저가 심사시 비교평가기준은 세부항목의 건설공사에 대하여 응찰자가 제시한 가격의 평균을 해당 건설시장의 가격을 간주하고 이를 준용하여 저가심사를 하는 것이다. 저가심사는 시장가격에 어느 정도 적합하게 건설공사가격을 제시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통계적인 유의수준으로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컨대 응찰자가 제안가격이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에 따라서 제안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적정하지 않은 세부내역항목에 대해서는 소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공사 입찰시 대부분의 경우 세부 공종별 내역서를 제출하고 있다.

건설공사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내역서 항목은 적어도 수백개 항목이고 많으면 수천개에 달한다.

내역서는 건설공사를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준거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역서에는 건설업체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공사 내역서에 대한 사전 검토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내역서에 대한 사전 검토는 입찰자 선정과는 거의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건설업체도 내역서 작성에 신중을 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최저가 낙찰제도에서 세부내역서에 대한 검토를 전제로 한 저가심의제도의 도입이 고려되고 있다. 아직은 저가심의에 도입을 고려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내역심사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지만 최저가 낙찰제도의 확대적용과 함께 내역서를 토대로 한 저가심사제도가 정착되면 건설업체는 기술능력과 경영여건 그리고 건설시장 여건 등을 감안하면서 건설공사 내역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건설업체는 보다 적극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며 보다 실정에 맞는 내역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다. 결국 건설공사 내역서를 근거로 하는 저가심의제도의 도입은 건설업체간의 기술경쟁을 촉진시키고 실질적으로 건설공사는 수행하지 않고 입찰에만 참여하는 부적격 건설업체를 퇴출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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