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개인 독점권 부여로 인한 사회적 파장> 요소기술발전 뒷전, 돈벌이에만 급급
<포커스 - 개인 독점권 부여로 인한 사회적 파장> 요소기술발전 뒷전, 돈벌이에만 급급
  • 문성일 기자
  • 승인 2001.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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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관련 기술발전 찬물끼얹는 행위


이미 예견됐던 일이 현실로 닥쳐왔다. 특히 이번 특원출원을 둘러싸고 건설업계 및 전문가들과 변리사간의 기술범위에 대한 논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시작도 하기전에 어이없이 당하게 생겼다는 허탈감과 함께 너도나도 특허출원을 통해 한번 벌어보자는 다소 위험한 발상도 서슴지 않는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번에 출원한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사업의 경우 그 실용성이 확실치 않은데다 비용 등 경제적인 면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크게 반향을 일으킬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업 자체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허출원 개요
지난해 한동안 대한주택공사의 연구자문으로 위촉된 바 있는 조씨는 작년 7월8일 ‘복도형 아파트를 계단실형 아파트로 개조하는 방법’이라는 명칭의 특허출원을 했으며, 내용은 특허청 홈페이지를 통해 11월6일부터 공개중에 있다.
현재 서울 강남에서 모 건축사사무소를 운영중이기도 한 조씨가 제안한 특허출원 내용은 ‘복도형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 및 홀을 포함하는 코어를 설치해 각 층별로 연결하고 기존 복도로 사용되던 공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세대 전용공간으로 편입시켜 그 공간을 활용하여 세대 내부공간을 개조하는 방법’등이다. 또한 ‘코어는 세대구분 벽체를 공유하는 두 세대와 각 층별로 연결되고 세대구분 벽체와 코어의 중심선을 맞춰 설치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기술돼 있다.
조씨는 이처럼 지난 80년대를 전후해 건축돼 왔던 복도형 아파트구조를 계단식으로 변경함으로써 재건축에 따른 산업폐기물의 대량 발생을 억제하고 대규모 공사로 인한 각종 악영향을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인가 기술인가
이번 특허출원을 놓고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건설기술자들이 이해못하는 기술이라는 논쟁도 불가피하게 됐다.
건축물 구조연구자들은 이런식의 단순한 아이디어가 특허로 등록이 될 경우 모든 설계디자인이 특허로 인정돼야 하며, 이 경우 관련 요소기술 발전은 커녕 돈벌이에만 나서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기술이라 보기 어렵다. 이런 내용이 기술이라 한다면 현재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공사에 적용하는 3-bay 시스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기술도 아이디어도 아니다. 단순하게 편복도를 막아서 계단식으로 개조하는 것을 어떻게 일 개인에게 독점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고 개탄했다.
반면 이번 특허출원을 대리한 고영회 변리사는 “건설기술자들이 기술의 정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허 마인드도 없는 사람들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특허를 통한 독점권은 어떤 형태로든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무상공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상되는 파장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관련 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되는 상황에서 이번 특허출원은 자칫 리모델링관련 기술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조씨가 실시권을 주장하며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바 있는 P사의 경우 모 연구기관에 관련 기술용역을 의뢰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일로 보류했다. 이 업체는 실용화에 따른 사업성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료를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관련 사업진출을 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외면할 수도 없다며 일처리에 절치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사업개발팀 관계자는 “조씨를 관련 사업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가 요구하는 실시권료 등이 무리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안내용이 비용 등 경제성과 실용성 면에서 내부적으로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실제 사업범위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무척 고민스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주공측 관계자는 ‘개인은 돈벌고 나라는 망하자는 식의 행동’이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조씨가 특허로 출원한 도면을 들고 찾아왔을 때 지극히 작은 요소기술에 불과한데다 자칫 특혜시비도 우려돼 내부 검토에만 그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식의 행동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조씨 개인도 심사숙고 해봐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독점권 포기사례
이와는 반대로 독점권을 부여받을 수 있음에도 관련 요소기술 발전 등을 위해 아무런 대가없이 관련 특허출원 내용을 무상공개하겠다고 밝힌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주)CS구조엔지니어링의 김종수 소장은 금년 초 전면발코니 확장방법과 관련된 내용의 특허출원(출원번호 10-2001-0017711)을 한 바 있다.
김 소장은 그러나 조씨와는 달리 필요 기술개발 등을 위해 전면 공개할 뜻을 밝혔다.
김 소장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며 독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오히려 관련 내용이 널리 보급돼 사회적으로 필요한 요소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성일 기자 simoon@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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