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 최저가제도 확대시행 유보해야
<낙지골에서> - 최저가제도 확대시행 유보해야
  • 윤경용 취재1팀장
  • 승인 2001.08.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년들어 최저가낙찰제도는 뉴스메이커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왔다. 태어날 때부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이 제도는 금년들어 첫 시행대상 공사부터 얘기거리를 만들어내더니 최근까지 발주하는 공사마다 건건이 잡음을 일으켜왔다.
그야말로 뉴스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셈이다. 이러다보니 글써서 먹고사는 기자같은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제도였다.
본란에서만도 몇차례 동안 재탕 삼탕을 해먹었으니까 개인적으로도 이 제도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논란을 양산해 온 이제도가 이제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또다른 결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내년부터는 500억 이상으로 그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 누구도 이미 정해진 이같은 방침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예정대로 확대할 것인지 아닌지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단지 지난 7월초에 내놓은 보완책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최저가낙찰제도는 지금까지의 상황만을 볼 때 실패한 제도라고 볼수 있다. 이 제도는 도입당시의 취지는 오간데 없어지고 보증기관만 살찌는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건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낙찰률은 낮아진 대신 현금성 담보부담은 늘어 이래저래 어려움만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보증기관은 현금화가 가능한 담보확보로 ‘리스크 제로’상태에서 수수료만 챙기면되는 아주 짭짭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제도의 도입으로 건설업체는 울고 보증기관은 웃는 희비쌍곡선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공사의 확대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때문에 당초 정부가 정한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 이러자고 최저가제를 도입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철회하거나 유보하자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정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시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다. 이 제도에서 정부가 말하는 시장이란 보증기관이고 시장기능이란 보증기관의 기능을 말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건설업체의 옥석을 시장에 맡겨 가려보겠다고 정부는 밝힌 바 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시장형성이 않돼 있거나, 있다해도 그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찌해야 될까? 이 제도에서 시장은 서울보증과 건설공제조합 두 곳뿐이다. 이들 두 곳 모두가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금까지 보증서 발급을 독식하다시피한 서울보증은 회사자체의 존립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 웃기는 일이다. 부실보증기관에게 건설업체의 옥석을 가려라?
시장이 이지경인데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될까?

윤경용 취재1팀장 consrab@conslov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