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5.23 대책의 부동산시장 영향과 건설업체 대응
<논단> 5.23 대책의 부동산시장 영향과 건설업체 대응
  • 승인 2003.06.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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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작년말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 가격이 4월말부터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적인 대응도 빨라졌다.
5월초에는 신도시 지정과 투기지역 설정, 5월 23일에는 재건축의 일반 분양분에 대한 후분양 적용, 수도권 및 충청권의 아파트 전매 금지,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 전매금지, 직장 및 지역 조합에 대한 전매 제한 등의 조치가 나왔다.
이번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은 기존의 대책보다는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중 여유 자금은 정부 규제가 없는 또다른 상품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아직은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정확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그동안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기는 매개로 작용했던, 재건축이나 전매 등에 직접적인 규제를 가해졌기 때문이다. 비록 저금리라고는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을 상승시킬 지렛대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
벌써 수도권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의 미분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재건축의 사업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서울시의 주요 신규 아파트 공급원인 재건축 사업이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것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향후 주택 가격 재상승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향후 주택 가격은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인하여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재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공급이 늘어나도 투기적인 가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고, 공급이 줄어들어도 주택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더 크게 위축이 되면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을 거칠 수 있다.
한번 가격이 상승하여 정부의 각종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2~3년간 지속이 된 것과 같은 논리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가격 하락기도 2~3년간은 지속된다.
최근 국내 경기 침체는 이제는 각종 거시나 산업 지표로 확인되고 있고, 경기 불황이 올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부분 민간 연구소들의 시각이다. 그리고 전매 제도 하에서 실수요보다 부풀려진 공급이 지난 몇 년간 지속되어 이제는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과잉 공급은 전세가격이나 월세율 하락 또 서울에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가 있다. 특히 5.23 투기억제 대책에서 그동안 가격 상승의 동력을 제공했던 전매를 금지시켰고,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이 7월 이후에 시행되면 재건축 수익률 하락과 과도한 기대는 사라질 것으로 보여 가격 안정과 함께 가수요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변 여건이 건설업체들에게 불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그러한 것도 아니라 생각이 든다. 전매가 가수요를 불러오고, 이는 과잉 공급을 가져와 가격이 하락할 때 크게 떨어지는 요인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주택업체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서울 수도권 지역은 아직 주택 보급률이 100%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장에 주택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택 시장의 생태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주택 건성업체들은 보다 실수자 위주의 전략으로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아직도 정부 규제가 없는 틈새 상품이 존재하기는 하나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이 가장 큰 주택 건설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전매를 금지하면 소비자들은 건설 기간 동안의 경기 변동 리스크나 가격 하락의 리스크, 금리 부담을 모두 떠 안아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높은 분양가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비인기 지역에서나 브랜드가 약한 주택건설업체는 미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는 높은 청약률로 인해서 분양가를 높일 수 있었다. 또 모든 비용 요소들은 분양가에 전가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향후 전매 금지로 인하여 청약률이 떨어지면 분양가 조정을 통한 주택 건설업체들은 수요 유지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비록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주택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은 분양가에 대한 리스크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시세보다는 다소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조정하고, 실수요 위주의 아파트 모델을 찾아나가야 한다.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분양가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전매가 금지된 현 시점에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제는 아파트 건설에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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