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임현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
<특별기고>임현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3.07.0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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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사업 성패는 ‘기획업무’ 내실화에 달려 있다”
▲ 임현성 연구원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기획의 중요성과 부실 증대=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기획’ 업무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건축기획업무는 토지, 자금, 수요 등에 관련된 사업의 내외부적인 불확정적인 요인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의사 조율 및 사업 진행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건축 활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업의 진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건축기획은 사업초기단계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사업수익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며 업무의 내실화를 통해 얻어지는 경제적 규모는(미국 PDRI 기준을 근거로) 해마다 평균 최소 3.4조에서 최대 17.9조원까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는 저비용으로 수행돼 온 기획업무의 전문성과 대가를 보장해 건축 산업의 안정화에 기여함으로써 한해 5.6조원에 상당하는 산업성장과 약 9만 3천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도시환경의 공공적 가치가 증대될 수 있으며, 물리ㆍ환경적 측면에서는 사용자 요구 및 수요 검토 등을 통해 이용자 만족도 및 이용 효율성이 증가한다는 점이 긍정적인 가치로 예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건축ㆍ도시ㆍ조경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12. 7. 30~8. 12, 중요도 294명, 내실화 수준 272명) 결과, 중요도(매우 크다 61%)에 비해 업무는 매우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51%)으로 파악돼 건축기획업무의 부실 우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래표1 참조>

▲ 표1-건축기획업무에 관한 중요도 및 내실화 인식 조사 결과

◇업무실태 및 인식조사를 통한 국내 건축기획업무의 한계=국내 건축기획업무의 수행 실태와 관련 전문가들 간의 인식 차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분야 22개 기관에서 기획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을 실시한 결과, 그 문제점은 크게 3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첫째, 기획 전문성 확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공공 부문에서는 기획업무를 행정업무의 일환으로 형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 민간 부문에서는 기획업무를 바라보는 관점과 수행하는 업무가 전문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타 분야 전문가에 대한 상호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들 수 있다. <아래 표2 참조>

▲ 표2-전문가들 간 기획업무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둘째, 건축기획업무 추진 절차가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갑-을’ 간의 종속적인 계약 관계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건축기획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우며, 특히 공공 부문은 기획업무가 단기간에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획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민간 부문에 비해 부실의 우려가 크다. 반면 민간 부문은 전문분야 간 협업, 정보공유 등이 부족해 기획업무의 지연이나 원활한 수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기획 분야에 대한 코디네이터로서의 전문 역량과 전문가가 부족하다. 건축기획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 역량도 부족하지만,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총괄해 기획업무를 관리ㆍ조정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전문가는 더욱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건축기획 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의 동향=국내의 현실에 비해 일본과 미국은 민간부문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한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일본건축협회를 주축으로 기획 관련 연구협의회가 추진되고 있으며, 전문 건축사 제도(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를 통해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기획 부분의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 건축기획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협회 차원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텍사스 대학이 2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기획업무에 대한 ‘자가진단 평가지표(PDRI, Project Definition Rating Index)’를 개발하고 건축기획의 성과를 시범사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검증해 오고 있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건축기획 업무에 관한 수행 내용과 자격 조건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ARCHITECT’S JOB BOOK을 통해 건축가의 업무범위 중 건축기획 단계의 절차와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관련자들 간의 업무가 명확히 공유될 수 있도록 협업 시 참고할 수 있는 각 주체별 역할과 절차를 별도로 명시해 놓고 있다.
또한 ‘QS(Quantity Surveyor)’라는 발주자 대행 컨설팅 자격을 별도로 두어 사업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예산의 관리 및 수립 방향에 관한 전문 자문과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프랑스는 시설 개발 초기 예산수립, 타당성 진단, 운영관리 전략 등을 수행하는 전문기획가를 제도적으로 양성하는 ‘Programmist’ 자격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사례들은 오랜 기간 동안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건축 기획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공공부문과 더불어 민간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겠다.

◇건축기획업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건축기획에 대한 내실화를 위해서는 단ㆍ중ㆍ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관련 법령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여러 법령에서 개별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기획관련 업무(기본구상, 타당성조사, 기본계획, 발주방식의 선정, 기획제안 등)를 포괄적으로 재정의하고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기획’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기준」에서 설계업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획업무를 별도 항목으로 독립시켜 전문 업무 범위로 인정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공공건축의 기획 단계를 강화하기 위해 「건설기술관리법」등에서 언급하고 있는 ‘기본구상’ 업무를 민간전문가에 의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며, ‘타당성 조사’ 결과의 적정성 검토 절차 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으로는, 건축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관련 주체들 간의 공감대를 확보하고 업무 수행절차와 과정들을 일반화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기획업무 내실화를 통한 선도 사례들이 수행되고 그 성과가 검증ㆍ축적ㆍ확산돼야 한다. 현재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함(’13. 4)에 따라 ‘공공건축센터’와 ‘건축진흥원’ 등이 향후 정식으로 운영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건축기획에 대한 시스템 구축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전문 업역으로서 건축기획 분야의 자격제도가 마련돼야 하겠다. 현재 ‘국토환경디자인 시범사업(국토교통부)’, 영주시 총괄계획가 등의 실험들이 지속되고 민간 분야에서도 건축기획업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다양한 전문가들이 축적된다면 추후 프랑스의 ‘Programmist’와 같은 기획 단계 코디네이터 및 각 분야별 기획 전문가들을 인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한 관련 민간전문가들의 자구적인 노력들이 병행돼야 할 것이며 민·관 부문 간의 끊임없는 논의와 협의를 통해 건축 기획의 중요성이 공감될 때 비로소 건축기획의 내실화가 가능해질 것이라 예상해본다.

건축기획업무는건축 공정 4단계(기획-설계-시공-운영) 중 설계 업무의 이전단계로, 아이디어, 기본구상, 예비타당성 조사, 제안서ㆍ입찰서ㆍ지침서 등 작성, 발주방식 선정, 경제성 분석, 예산 계획, 소요자금 확정, 입지 검토, 토지이용구상, 법규 검토, 환경성 검토, 감정평가, 근린영향조사, 임대기획, 세무대책, 빌딩관리 계획 등의 유형이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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