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 사면초가에 빠지다
한국 건설업, 사면초가에 빠지다
  • 양기방 편집국장
  • 승인 2013.05.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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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업계에 5월은 유사이래 최악의 ‘잔인한 달’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부는 사정기관들의 집중포화는 이미 도를 넘어 업무가 마비되고, 생명줄 같은 SOC예산은 대폭 축소될 위기에 빠졌다.
최근 검찰은 MB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사업에 대해 대형건설업체 16개와 설계업체 9개사를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했다. 260명의 사상 최대 수사인력을 동원해 25개 업체의 본사와 지사 사무실 등 30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전부터 종일토록 북새통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일부 건설사들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겹친 상황이여서 업무에 손을 놓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를 “한번은 거쳐야 하는 신정부 통관의례”로 여기면서도 건설업이 최대의 불황에 직면해 부도와 워크아웃이 속출하는 때에 전방위 사정회오리는 너무 지나치다고 푸념한다.
설상가상으로 업계는 건설업의 숨통이라 할 수 있는 공공사업 예산마저 대폭 줄어들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5년 단위의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짜고 있다. 향후 5년간 135조원에 이르는 대통령공약 재원마련을 위해 부처별 지출을 줄여 82조원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82조원의 지출 구조조정 계획안으로 앞으로 5년간 SOC분야 예산을 30% 삭감해 올해 24조3천억원에서 17조원대로 줄이고, 산업분야 예산 10% 이상, 농식품ㆍ해양수산은 5~10%를 줄인다는 것이다.
국토부도 앞으로 4년간 SOC예산 11조8천억원을 줄인다고 보고했다. 이중 SOC 예산내 비중이 큰 도로와 철도부문에서 각각 4조원과 4조5천억원씩 축소하고, 주택ㆍ수자원 등의 예산도 일부 삭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부처 중 가장 예산이 많이 깎이는 곳은 국토교통부이다. 서승환 장관은 지자체의 반발과 경기활성화를 방패막이로 고군분투에 나섰다고 한다. SOC예산을 줄이면 당장 이해관계가 걸린 지자체의 강력한 반발이 우려된다며, 조원동 경제수석과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만나 설득작업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어찌됐던 SOC예산 축소와 지자체 국고보조금 차질로 인해 건설경기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SOC사업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제2경부고속도로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현재 공사 중인 88고속도로 등의 SOC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SOC투자 등을 급격하게 줄이면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며 속도조절과 민간자본 활용을 주문했다. 이에 기재부는 도로ㆍ철도 등 전통적인 SOC 예산은 감축하지만 도시재생 등 국민체감형 SOC사업은 민간자본을 조달해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한 ‘공약가계부’가 자칫 경제를 더욱 죽여 공약(空約)이 되지 않아야 한다. 결국 경기가 살아야 세수도 늘고 공약재원 조달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최근 한 포럼에서 “한국이 세계 속에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위한 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말이 새삼스럽다.


한국건설신문 양기방 편집국장 =  kocons@conslo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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