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분양원가 공개 논란과 바람직한 방향
<논단> 분양원가 공개 논란과 바람직한 방향
  •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 승인 2003.04.12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덕 소장
건설산업전략연구소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한 작년 이후 주택 시장은 시민단체와 건설업체간 ‘분양가 원가 공개 전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주택 분양 가격은 외환위기시 자율화된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분양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97년 평당 502만원이던 서울지역 분양가는 지난해 745만원으로 48% 급등했고, 강남지역은 평당 691만원에서 1천330만원으로 2배 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에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건설업체의 분양가 책정 자료를 받아 점검하여 발표하고 있다. 분양가가 원가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부풀려졌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하여 주택 건설업체들이나 협회에서는 그동안 토지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인건비, 자재비가 크게 올라서 분양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용적률 강화, 지구단위계획 수립 제도 등 주택 공급과 관련된 규제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분양 원가가 상승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분양 원가를 공개하라고 재촉하고 있고, 건설업체들은 민간 기업의 제조 원가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버티고 있다.
주택 산업이라고 해서 원가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공을 맡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원가를 산출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건설과정의 모든 것이 용역이나 하청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계약서만 있을 뿐이다.
정확한 원가의 산출을 위해서는 하도급 업체나 기타 용역을 맡은 업체에서 투입 비용을 산출하여 제출해야 하고, 시공업체에서는 이를 분류하여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나 용역업체들의 이윤이 드러나기 때문에 정확한 원가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한 원가를 산출하는 것 자체가 주택 사업 부문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 건설업체에서 정확한 원가를 제시했다고 하더라도 현재처럼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믿어주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논쟁만 제기될 뿐 해결책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올해 들어서는 분양가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신규 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높아 분양 가격 상승이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고 이에 따라 주변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에 맞추어 상승하고 또 분양가를 올리는 악순환이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분양가를 과거와 같이 규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야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분양가 규제를 다시 하면 과거 주택 건설 산업에서 지적이 되었던 공급 부족, 상품 및 가격의 왜곡 등의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신규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차제에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분양 제도적인 측면에서 또는 산업 적인 측면에서 찾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의 연구 자료에 의하면 분양가 상승은 선분양 제도 자체에서 연유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외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공사가 2년반이나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향후 추가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양시에 미리 반영하여 분양가를 선정하는 메커니즘 때문에 분양가가 급격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분양가를 큰 틀에서 적정 이윤이 포함된 ‘사업 원가'와 ‘추가 사업비' 부문으로 나누고, 분양가를 사업 원가로 분양하고 추가 사업비 부문을 공개해서 준공 후에는 추가 사업비 부문을 정산하여 일부는 수요자가 부담하고 일부는 업체가 부담하자는 것이다.
선분양 제도하에서 미리 확정하는 분양가 제도보다는 불확실한 시장의 변동 요인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어 합리적일 수 있다. 다만, 사업 원가를 어떻게 인정하는가와 추가 사업비 부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비용 항목을 설정하는가의 기술적인 과제는 남아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강제하기는 어렵겠지만, 주택 수요 위축기에 개별 건설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으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이 된다.
또 산업적인 측면에서 우선 대형 시행사가 없다는 측면을 지적할 수 있다. 소규모 시행사와 대형 시공사로 아파트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소규모 시행사들의 이윤과 대형 시행사들의 이윤이 모두 분양가에 반영되고 있다. 시행 사업에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나 금융권에서 진출하면 이러한 폭리의 유인은 적어질 것이다.
또 국내 아파트 시장은 대량 공급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미분양 위험성과 함께 광고 및 영업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판매관리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시장으로 나누어 한정된 공급 대상자를 마케팅 상대로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