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정부의 승부수 ‘저가심의제’
<낙지골에서> 정부의 승부수 ‘저가심의제’
  • 승인 2003.04.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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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진
취재1팀장


4억5천만원과 13억원 규모의 공사가 각 각 단돈 1원으로 낙찰자가 선정됐다면 이것은 무려 14억4천만원의 예산절감인가 부실시공의 위험성인가?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실시한 통행료 전자지불 시스템 입찰에서는 13억원 짜리 공사가 단 1원에 낙찰자가 결정됐으며 전자지불카드 5만매 구매입찰에서도 4억5천만원의 사업이 또다시 1원에 낙찰됐다.
과연 이들 낙찰자가 투찰한 1원의 의미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종의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이다.
이들 기업들에 있어 투찰금액 1원은 예정가격 13억원과 4억5천만원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을 것이다. 즉, 대기업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에 중소기업이 뛰어들어 실력으로 승부하기 위한 일종의 선전포고이다.
관련분야 전문가들도 이번 입찰결과에 대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중소기업들의 ‘반란’이라고 평가한다.
즉, 오는 2005년경 본격화될 본 사업 수주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편 기라성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번 입찰에서의 1원 투찰은 분명한 투자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만약 1천억원 이상인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 입찰에서 이같은 입찰결과 나온다면 그것도 투자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듯이 예산절감으로 봐야할 것인가?
이것은 아마도 공사수행여부가 충분한 기업이 수주했다면 예산절감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 수주했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로 봐야 할 것이다. 즉 수행능력도 안되면서 시장질서에 혼돈을 가한 행위에 해당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최저가제의 저가심의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낙찰가격을 올려주기 위한 정부의 건설업체에 대한 배려나 특혜가 아닌 국가 SOC 사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추진하면서 글로벌 시스템인 최저가낙찰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가심의제가 최저가낙찰제라는 제도의 본질에는 다소 역행하는 보완책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지금의 적격심사제와 앞으로 마련된 저가심의제가 보완된 최저가낙찰제가 서로 유사한 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건설업계 현실을 감안할 때 무조건 저가투찰을 환영할 만한 상황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한 게 저가심의제다.
따라서 건설업계도 이번에 마련될 저가심의제라는 정부의 승부수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고 있다. 과연 최저가제 정착을 위해 얼마나 많은 효력을 발휘할지 하반기 선보일 저가심의제에 건설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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