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환경설계로 범죄 예방한다
디자인 <마이너리티 리포트> 환경설계로 범죄 예방한다
  • 이오주은 기자
  • 승인 2012.11.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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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테드학회 제6회 추계학술대회 개최,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 소금길 전체지도. 서울시가 셉테드를 적용해

실시한 마포구 염리동 범죄예방 디자인 시범사업.

사단법인 한국셉테드학회(회장 강부성)는 지난 7일 국립경찰대학교 강의동 4층 영상강의실에서 ‘2012 한국셉테드학회(KCA)-국립경찰대학교(KNPU)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셉테드 및 범죄예방 전략’이란 주제로 3개의 학술발표와 2개의 지자체 사례발표, 이에 대한 토론으로 구성됐다.

학술발표는 ▷정성원 세종대 교수의 ‘여성 및 아동 대상 범죄 안전에 관한 연구’ ▷이경훈 고려대 교수의 ‘지역 기반 범죄예방 전략으로서 주민참여를 통한 안전지도 활용’ ▷손원진 경찰교육원 교수의 ‘공동주택(아파트) 지역의 성폭력 예방을 위한 CPTED 적용’이 20분씩 이어졌다.

사례 발표에서는 지자체 사례로 서울시청 디자인정책과 강효진 팀장이 ‘범죄 예방 백신 프로젝트’를, 시흥경찰서 생활안전과 허준구 계장이 ‘시흥시 CPTED(셉테드) 인증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박현호 용인대 교수의 사회로 박성훈(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정진성(순천향대), 박광재(한국복지대), 이승재(목원대) 교수 등 셉테드학회 관계자 4명과 김현정(경찰대 경찰학과 교수), 민윤기(경찰청 생활안전국 협력방범계장) 등 경찰대학 및 경찰청 관계자 2명의 토론이 진행됐다.

셉테드학회 초대 회장이자 현 한국셉티드학회 인증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경훈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1세대 셉테드가 물리적 환경을 다루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 모두를 고려하는 2세대 셉테드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 요소공간의 개선연구에서 지역특성에 기반한 맞춤형 전략으로 발전시켜 자연감시가 되살아나는 커뮤니티로 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 ‘마포구 염리동’ 시범사업은 범죄예방디자인의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마포구 염리동 일대는 경찰청이 지정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중 하나로 시급한 치안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은 곳이지만 주민 갈등으로 개발이 지연돼 왔다.

서울시는 염리동이란 지명이 소금장수가 많이 살아서 지어진 데에 착안해 ‘소금’을 주제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1.7㎞의 소금길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범죄 불안감을 느끼는 사각지대를 조사해 이를 2개 코스로 나눠 40분짜리 운동코스로 개발한 것. 이로써 인적이 없던 골목에 사람이 다니게 됐다.

소금길 전봇대에는 1~69번 번호를 매기고 안내 지도, 방범용 번호표시등, 안전 벨을 설치하는 등 안전기재도 강화했다. 또한 6개의 ‘소금지킴이집’을 지정,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범죄예방의 패러다임이 ‘사람’에서 ‘환경’으로 확대, 전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경찰계에서는 수원 오원춘 살인사건 등 묻지마형 강력범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현 경찰력의 구조적 한계로는 늘어나는 범죄에 대응할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인적 요소에 집중한 사후 치안에서 범죄 유발공간을 파악하고 개선해 공간적 측면에서 범죄를 사전에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도입돼 온 전문적인 범죄예방 환경설계기법인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자체, 건설사 등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지만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범죄자’, ‘피해자’, ‘취약한 환경조건’, 이상 3가지를 범죄 발생의 요건이라고 한다. 셉테드는 ‘감시’(surveillance)와 ‘접근통제’(access control)를 기본 개념으로 도시건축 환경의 적절한 ‘설계’(design)와 효과적인 ‘사용’(use)을 통해 범죄 행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즉, 물리적·사회문화적 환경 조건을 변화시켜 범죄의 기회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유지 및 관리하는 방법까지 설계·디자인·정책·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한편, 한국셉테드학회는 도시, 건축, 주거, 지리, 경찰, 경비, 행정, 사회, 법학, 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학문적, 기술적, 산업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2010년 3월 설립됐다.

그동안 SK건설, 동부건설, 현대건설, 호반건설 등 아파트 단지에 셉테드 인증을 발급했고, 시흥시와 과천시 등 지자체들도 범죄예방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학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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