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턴키공사의 소위 ‘입찰담합’에 관하여
<논단> 턴키공사의 소위 ‘입찰담합’에 관하여
  • 승인 2003.03.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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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변호사
법무법인 휴먼


최근 서울지하철 9호선 공사입찰과 관련하여 한 시민단체로부터 일부 업체들에 대하여 담합혐의가 있으니 이를 조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하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업체들은 턴키공사의 경우 공사수행능력 20점, 설계점수 45점, 입찰가격점수 35점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므로 적격심사에서 입찰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턴키공사는 건설공사의 기술능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경쟁의 본질은 가격경쟁이 아닌 기술경쟁이며, 일반공사와는 달리 턴키공사에서는 내역서가 존재하지 않아 낙찰율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고, 턴키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하기 때문이지 소수업체들끼리 입찰담합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등의 논리에 근거하여 턴키공사입찰에서 담합여부를 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를 주장한다.
필자는 법조인의 일원으로서, 또한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 실제로 턴키입찰을 지켜보았던 건설업체의 종사자의 일원으로서 턴키공사의 담합여부를 아래에서 간략히 살펴본다.
담합이란 일반적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자가 상호 통모하여 특정한 자를 낙찰자로 하기 위하여 기타의 자는 일정한 가격이상 또는 이하로 입찰하지 않을 것을 협정하는 것을 말하며, 우리나라는 담합에 관하여 형법, 국가계약법, 건설산업기본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즉 형법 제315조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자'라고,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은 제7호는 ‘경쟁입찰에 있어서 입찰자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가격을 협정하였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라고,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는 제1호는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정한 가격결정을 저해할 목적으로 입찰자간에 공모하여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한 자', 제3호는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다른 건설업자의 입찰행위를 방해한 자'라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규정을 종합하면 현행법은 위법한 담합행위를 유형별로 크게 3가지로 구별하고 있다 할 것인 바, 첫째는 입찰가격을 협의한 행위자체를 처벌하는 것이고(국가계약법), 둘째는 입찰가격의 협의를 넘어 협의내용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행위이며(건설산업기본법), 셋째는 입찰가격의 협의내지 입찰참여를 넘어 특정인의 낙찰을 도모한 행위 또는 그에 따라 결과적으로 다른 건설업자의 정당한 입찰행위를 방해하는 등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경쟁성을 제한한 행위인 것이다.(형법 및 공정거래법)
따라서 현재 건설업계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이뤄지는 형태, 즉 건설업체들이 특정 턴키공사입찰에서 다른 입찰참가자와 입찰가격을 협의하고 설계경쟁에 의하여 낙찰자를 결정하자고 합의한 이후 실제로 그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행위는 일응 입찰가격을 협정했다는 점에서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 제재사유에 해당되고, 입찰가격 협정 후 입찰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담합에 해당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나, 특정인을 낙찰자로 만들기 위하여 협의를 한 것은 아니므로 국가계약법상 특정인의 낙찰을 위한 경우 및 건설산업기본법상 다른 건설업자의 입찰행위를 방해한 경우에는 해당될 가능성이 적다고 할 것이다.
또한 형법에서 요구하는 입찰의 공정성 및 공정거래법에서 요구한 경쟁의 제한성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보면, 비록 가격점수가 35%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입찰가격에 관하여 상호 협정한 이상 법률적으로 입찰의 공정성 및 경쟁제한성을 침해한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며, 단지 건설업체는 일반공사 입찰담합의 경우보다 공정성 침해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주장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턴키공사입찰에서 경쟁의 본질이 기술경쟁이고, 예산절감효과도 일반공사 입찰보다 크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턴키공사입찰에서 기술경쟁만이 유일한 것은 아니고 가격경쟁도 비록 비중이 작지만 존재하고, 예산절감의 문제는 법률상 입찰담합 해당여부와 무관하며, 턴키공사의 도입취지는 정상참작사유에 불과하다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턴키공사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업체가 입찰가격을 협의하여 설계점수로 승부를 가리자는 합의는 위 법령들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된다 할 것이어서 법적으로 담합이 아니라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보인다.
다만 건설업체들의 행위가 담합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각 법령에서 규정한 구체적인 규정형태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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