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 원전 최저가입찰 재고돼야
<낙지골에서> 원전 최저가입찰 재고돼야
  • 승인 2003.02.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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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진
취재1팀장


지난주 18일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실시된 신고리 및 신월성 1·2호기 건설공사의 입찰이 입찰참여업체들의 불참으로 유찰됐다.
물론 일부 참여업체들이 고의로 입찰참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고의 유찰에 대한 해석도 여러가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의도적으로 일부업체들이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신고리와 신월성 모두에 입찰참가를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소위 말하는 협조가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해 유찰시켰다는 해석이다.
또 하나는 이미 주기기설비를 수주한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실행단가가 설계단가의 92%에 육박하고 있는 사업에 무리하게 저가수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입찰참가를 마지막까지 고심, 어쩔수 없이 유찰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가 지적하는 이번 원전입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최저가낙찰제이다.
다른 사업도 아닌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극히 위험한 시설물을 최저가로 발주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원전건설을 최저가낙찰제로 발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그만큼 원전의 위험성과 건설공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와 함께 지난주에는 우리나라에 잊지못할 또 하나의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다름 아닌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단순한 방화사고가 수백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조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무엇보다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가 많았다는 점에서 차량 내부의 가연성 제품의 사용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대구지하철 차량은 제작사가 저가수주를 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고가의 불연성 제품은 당연히 기피하고 저가의 제품으로 차량이 제작됨으로써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차량제작의 저가수주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신고리·신월성 원전의 입찰도 저가수주를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의 적용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미 최저가로 발주된 사업을 다른 입찰방법으로 재발주하기가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수도 있다. 또 저가수주가 꼭 부실시공으로 이어진다는 법도 없다.
그러나 제값을 안준 지하철 차량이 가져온 불상사를 생각한다면 이번 신고리와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의 입찰방법도 재고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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