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후분양 논쟁과 선결 과제
<논단> 후분양 논쟁과 선결 과제
  • 승인 2003.02.2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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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덕 소장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올해 들어 주택 시장에 큰 화두가 등장했다. 인수위원회에서 후분양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후분양 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는 주택 시장의 투기를 억제하고, 주택 건설 과정에서 건설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후분양 제도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 대부분 적용되고 있는 제도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다세대 주택의 경우에나 주택 보증을 받지 못하는 중소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물량도 부분적으로는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하여 건설업계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금융 여건이나 2∼3년간의 주택 공급 공백을 빌미로 시기상조론을 펴고 있다. 후분양 제도는 당장 시행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추후에도 추진은 계속될 사안으로 보이고, 향후 몇 년 내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판단된다.
후분양 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선분양 시스템으로 정착된 주택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후분양 제도는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완공한 이후에 분양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분양 대금으로 주택 건설 자금을 충당했지만, 후분양 제도 하에서는 건설업체가 자기 책임으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완공된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에 바로 완공 주택을 담보로 해서 자금을 대출할 수가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장기 대출 제도는 발전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향후에 완공된 주택을 담보로 장기 주택 담보 대출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완공 주택을 대상으로 20∼30%의 자금만 있으면, 주택을 구입하고 20∼30년간 분활 상환을 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주택 구입이 지금보다는 훨씬 유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후분양이 이루어지면 지금까지 유지되던 청약 제도가 없어질 것이다. 기존 청약 통장에 가입한 450만 명 정도 가입자들의 불만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도 정부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분양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해서 시장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간다는 보장이 없다. 건설업체들의 도산과 구조조정, 후분양 제도시 근본적으로 나타나는 분양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을 가져와 긍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
후분양이 되면 미래의 주택 수요를 주택업체들이 스스로 예측하여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상황 내에서 2~3년후의 수요를 예측해서 공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면 건설업체들은 사전에 시장을 예측하여 공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 할 것이다. 초기에는 서로 눈치보기가 극심해 질 수도 있다. 즉 시장 예측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업체들은 선도 대형업체를 따라 하는 것이다. 또 공급의 리스크를 줄이려 자기 능력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주택 공급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와 함께 후분양 제도가 도입되어 주택 건설업체들이 시장 수요에 맞추어 주택을 공급하는 기간만큼 주택 건설의 공백 기간이 생길 수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택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청약 제도와 같은 사전 수요 파악 기능이 취약해 짐으로 해서 주택 공급의 안정성을 해칠 수가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후분양 시장에 적응을 하게 되면 주택 건설업체들이 시장 수요 파악 능력이 강화되고 시장 수요에 맞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후분양이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주택을 건설하는 동안에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주택 사업의 경우 분양성을 담보로 자금을 프로젝트파이낸싱 형태로 빌릴 수밖에 없다. 은행들도 개인 대출 비중을 줄이고 건설업체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비중은 크게 늘릴 것이다.
기존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여건으로 보면 단기간 내에 활성화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후분양 도입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점도 많지만, 선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선분양으로 지난 20여년간 제도화된 시스템이 후분양 시스템으로 모두 바뀌어야 한다.
첫째, 각 건설업체들의 시장 예측 능력 보강 위해서 조사 기획 기능이 한층 보강되어야 한다. 둘째, 대형 시행사들이 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프로젝트 파이낸싱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넷째, 주택 담보 장기 대출 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간접투자 자금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건설 산업으로 유입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 서울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이 높아져 후분양 전환시 일시적인 공급 부족으로 시장의 요동이 크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 후분양을 시행하면 시장 혼란과 국내 건설 산업에 커다란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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