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수도권 골재 절반 허가없이 유통
특별기고 | 수도권 골재 절반 허가없이 유통
  • 장준영 회장
  • 승인 2012.01.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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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800만㎥ 토석(사토)이 골재로 둔갑하여 불법유통
 

골재는 건설공사에 있어 시멘트 사용량의 6배에 달하며 건축물 및 구조물의 안정성에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필수 기초자재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제도적 정책지원을 받지 못해 수도권에 공급되는 골재 공급의 절반이 아무런 제도적 여과장치 없이 유통되고 있어 건축물 및 토목 구조물의 안정성이 심히 우려될 뿐만 아니라 세금탈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수도권의 경우 토목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약 2천800만㎥(약 2천억원)나 되는 토석(사토)이 골재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다.
골재로 둔갑하는 토석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도시개발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주택법 등에 의해 시행되는 각종 도시개발사업 시행 중 토목공사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토석은 강도에 따라 토사, 연암(리핑암), 경암으로 분류되지만 모두가 아무런 품질 검증 없이 골재자원으로 유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골재 가공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매입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토목 건설현장에서 발생되는 엄청난 물량의 토석이 품질 검증 없이 골재로 둔갑하는 현실을 방치할 경우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재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토석의 유통을 방치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골재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1년에 제정된 골재채취법의 허가 관련 규정이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제정당시 모습 그대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골재채취법 시행 당시에는 하천골재가 지천에 깔려있어 대부분의 골재 공급을 하천 골재가 담당했지만 2000년대 이후 하천골재가 대부분 고갈돼 자갈은 산림골재, 모래는 바다골재가 주요 골재 공급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부터는 바다골재가 북한모래 수입제한, 연안지역 어민들의 민원발생, 해양생태계에 대한 환경문제 등으로 바다모래 공급이 원활치 못하자 토목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토석이 골재로 둔갑하여 유통되기 시작했다.
골재채취법 제정 당시에는 골재채취허가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골재 공급 물량에서 미미했던 ‘다른 법령에 의해 시행하는 사업에 따라 부수적으로 골재를 채취하는 경우’의 골재가 하천골재의 고갈과 제도적 관리 소홀을 틈타 현재는 수도권 골재 공급 물량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골재 공급 환경이 급변했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1991년에 골재채취법과 동시에 산림골재를 채취하기 위하여 제정된 산림법의 ‘채석허가’ 제도는 2003년에 제정된 산지관리법으로 이관됐고, 2007년에는 석재와 토사를 ‘토석채취허가’로 일원화하면서 더욱더 잘 정비됐다.
즉, 산림골재 채취를 위한 토석채취허가 뿐만 아니라, 공장을 짓거나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산지전용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토석의 물량이 5만㎥ 이상인 경우 공용·공공용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토석채취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해 제도권 내로 모두 흡수했다.
그러나 골재채취법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부수적으로 골재를 채취하는 경우 채취물량이 아무리 많아도 골재채취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돼 있다.
때문에 실제로 대형 석산 허가 물량에 해당하는 100만㎥ 이상 발생되는 토목 건설 현장의 토석이 골재로 둔갑해도 이를 관리할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관련법령이 잘 정비돼 있는 일본이나 홍콩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기현상이다.
골재채취법상 골재채취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도별 골재수급계획과 부합여부, 골재의 수요 공급 상황, 골재의 부존량, 부존 골재의 품질, 골재채취로 인한 환경영향예측과 저감대책, 재해와 안전에 대한 예방조치 계획, 허가 신청자의 골재채취능력을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지관리법에서는 채석경제성평가를 통해 암석의 공학적 물성기준을 분석하여 건축용 또는 공예용, 혹은 쇄골재용으로 적합한 품질인지를 사전에 검토가 이루어진 후 토석채취허가기준에 따라 토석채취허가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반면, 도시개발사업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토석의 경우 골재자원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로 인해 골재자원으로 유통되는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품질이 골재용으로 적합한지, 어디로 공급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 때문에 정부의 골재 수급계획이나 골재 품질의 KS기준 등이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수도권에 이렇게 유통되는 골재 물량이 전체 공급 물량의 약 50%에 이른다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지경에 이른 원인으로는 산림골재의 경우 석산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권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비허가 토석을 가공하는 골재선별·파쇄장의 경우 대부분 주요 수요처인 레미콘 공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산림골재에 비해 운송거리에 따른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을 꼽을 수 있다.
유례없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절박한 원가 절감 요구에 직면한 레미콘 및 콘크리트 제품 업계에게는 이러한 비허가 골재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래서 정부가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물량의 비허가 골재자원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치밀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즉 재개발 사업 현장이나 수도권정비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 건설공사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토석을 골재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계 법령에 따라 골재채취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골재자원에 대한 품질확보는 물론 정부가 보다 정확한 통계자료에 의한 골재의 수급을 예측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정비를 통해서 그동안 비허가 골재자원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해당 정부부처는 비허가 골재자원 관리의 심각성을 감안해 하루빨리 관련법령의 제도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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