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인재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 제4과 과장
<특별기고> 유인재 감사원 건설환경감사국 제4과 과장
  • 승인 2011.07.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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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낙찰제도, 어디로 가야 하는가?
최근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시행예정으로 있는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 범위 확대(현행 30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 이상)와 행정안전부가 이번 달부터 도입예정인 최적가치낙찰제(50억원 내지100억원 이상)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주로 현재까지 적격심사대상 공사인 300억원 미만의 공사를 수주하여 왔던 중소건설업체와 지방 건설업체의 반발과 저항이 큰 편이다.
이러한 공공 건설공사 입찰제도의 개정과 관련된 주요 논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건설업계의 판도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가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시공능력 순위 30~1,000위 업체가 주로 분포된 지방과 중소건설업체의 수주영역이었던 7~8조 원 규모의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공공사가 추가적으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총 공공공사의 70%가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가진 대형 건설업체가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이들 중소지역업체의 수주감소로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건설업체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건설업 비중이 높은 지방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최저가낙찰제도 도입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된 최저가낙찰제도 자체의 효과와 관련된 것으로, 제도도입의 근본 목적인 정부예산절감 효과여부 등에 대한 것이다.

이는 주로 학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2001년부터 최저가낙찰제가 근대적인 정부계약제도가 시작된 1962년 이래 4번째로 다시 도입됐다. 그러나 유지보수를 포함한 총 생애주기비용(LCC) 측면에서 볼 때 단순히 낙찰률이 낮아졌다는 것만으로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부발주제도 자체 고유의 문제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전략적 저가투찰이 불기피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건설업체들의 덤핑입찰과 담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셋째, 건설현장 및 건설산업 기반에 관한 것으로 최저가낙찰제가 300억원 이하의 소액공사까지 확대될 경우, 이미 실적공사제도에 따라 실질적인 낙찰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원도급업자는 이윤을 남기기 위하여 건설현장 관리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어 부실시공과 건설산재가 증가한다.

또한, 적자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확대하고 하도급업자에게 적자를 전가함에 따라, 내국인 일자리가 감소하고 사회적 약자의 피해가 확산되는데, 이는 최근 정부의 친서민·상생 정책방향과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정부의 공공공사 계약제도 변경과 관련된 논란은 정부 계약제도가 시행된 이래 반복돼 온 것이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라고 한 40년 전 시인 김수영의 언급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생경함과을 계산한 후에 제기하는 다분히 의도적인 문제제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 볼 때 최저가낙찰제 대상 확대와 관련된 건설업계 등의 문제제기를, 제도개선 과정에서의 통과의례로 치부하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최근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수주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건설불황이다. 이는 그간의 국제 및 국내경기 변동이 아닌 국내 건설수요가 한계에 도달함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가 고착화 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거품경제가 붕괴된 1995년 이후 2010년까지 건설시장과 공공건설 투자규모가 절반이하로 추락한 것에서 우리나라의 향후 추세를 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선 건설시장의 현실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건설업체의 규모는 2011년 3월 현재, 전체 건설업체 수는 56,582개, 종합건설업체는 11,956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기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규모 대비 과다한 건설업체들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건설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절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둘째, 2010년 필자가 담당하는 부서에서 실시한 ‘최저가 낙찰공사 관리실태’ 감사결과를 살펴보면, 현행 최저가낙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사결과에서 나타난 주요 문제점을 살펴보면 기획재정부가 입찰자의 견적능력향상, 저가낙찰 및 담합방지를 목적으로 2006년부터 도입한 저가심의기준의 경우 공사비 절감사유 인정기준 및 증빙방법의 기술력 차이나 진위여부 확인이 어렵고, 현장이행 가능성도 낮은 사항들을 절감사유로 인정하고 방대한 증빙서류를 첨부토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입찰자는 절감여부나 이행가능성과 관계없이 1단계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공종별로 전략적인 입찰금액을 분배·결정하고 2단계 저가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위 금액에 해당하는 허위 절감사유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다.

또한 실제 공사시에도 절감사유서와 관계없이 공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한편, 발주청에서는 절감사유서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주관적이고 형식적인 저가심의로 부적격자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최저가낙찰제도가 당초 저가심의제도 도입 당시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4년 59%까지 하락했던 낙찰률이 2009년에는 73%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도록 저가심의제도를 운용함에 따라 사실상 제한적 최저가낙찰제화 됨에 따라 예산절감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현행 최저가낙찰제도는 가장 주요한 도입 목적인 예산절감, 견적능력향상을 달성하기 어렵도록 운용되고 있다. 계약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정성과 투명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실정이라는 점이다.

셋째, 2012년부터 최저가낙찰제도가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현재 40% 수준인 공공건설공사 중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발주되는 공사의 비중이 7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계약방식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최저가낙찰제도가 잘못 운용될 경우,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기반이 급속하게 붕괴되는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 서민생활의 기반이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드시 피해야할 시나리오이다.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러시아 문학자인 톨스토이가 쓴 ‘안나카레리나’의 첫 구절인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행복한 가정이 가져야 할 요소는 다양한데 그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이를 이루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근거로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총,균,쇠(Guns, Gems and Steel)’에서 역사적으로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는 과정을 설명한다.

가축화에 필요한 여러 가지 여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사회에서는 이에 실패했다고 하면서 이를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라고 최초로 명명하였다.

이러한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은 정부계약제도, 특히 그 어떤 계약제도보다도 시장상황과 이해관계자의 반발 속에 도입-보완-폐지 등을 반복해 온 최저가낙찰제도에 그대로 적용된다.

2012년 최저가낙찰제도 대상공사 확대 목적을 달성하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조건들이 모두 만족돼야만 한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 성공조건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우선, 최저가낙찰제도를 운용하는 기획재정부는 제도 도입 및 적용 대상공사 확대 목적이 예산절감과 건설업체의 견적능력과 경쟁력 향상 중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최저가로 건설공사를 발주하면서 최고의 품질을 바란다는 것은 모순이다.

뿐만아니라 정부는 계약제도를 통해 건설업의 건전하고 균형된 발전을 도모하고 조장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찰률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면 순수 최저가낙찰제 또는 제한적 최저가낙찰제로 운용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건설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목적이라면 외국과 같이 최적가치낙찰제 등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공사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도입목적과 효과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아무리 좋은 계약제도라 하더라도 입찰과 낙찰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및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

이런 점에서 수주산업이라는 건설업의 특성과 후랜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Trust)'에서 언급했듯이 가족주의에 기반해 연고주의가 강한 저신뢰사회인 우리나라상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가격경쟁 위주의 최저가낙찰제도에 복잡하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많도록 저가심의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심사자나 입찰자 모두를 범법자를 양산하는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가심의제도는 되도록 단순하고 객관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최근 조달청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최저가낙찰제 대상공사의 저가심의기준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정)

아울러 구조조정기에 진입한 우리나라 건설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최저가낙찰제도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업체들만이 생존할 수 있도록 부실한 건설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 수단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할 경우 최저가낙찰제가 부실한 업체의 생존수단으로 전락해 건실한 업체들을 동반 도산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금액이나 난이도에 무관하게 하나의 방식과 기준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천억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공사와 백억 원 규모의 공공청사를 동일하게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획일적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대상공사가 행정안전부에서 최저가낙찰제 보완목적 등으로 도입 예정인 최적가치낙찰제 적용 대상공사와 중복되는 문제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양 제도의 도입목적과 적용대상이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일 것이다.

잦은 정책과 제도의 변경은 시장의 신뢰를 상실하고 장기적인 기업운영 전략에 저해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최저가낙찰제를 실제로 운용하는 발주청은 최저가낙찰공사의 낙찰자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실패할 경우 제도운용의 의미가 또다시 상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떤 공사보다도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발주된 공사에 대한 품질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최저가낙찰제도의 성패는 품질관리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철두철미한 품질관리로 저가낙찰을 할 경우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해야 만 한다.

이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때 저가투찰이 줄어들고 적정한 시장가격이 형성돼 건설업체들의 기술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입찰자인 건설업체들이 입찰과정에서 건전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 최저가낙찰제가 정착될 수 가 없다.

치열한 건설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담합이나 허위 입찰서류 제출 유혹에 노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구조조정기에 진입한 건설시장에서 경영효율화와 기술경쟁력에 기반하지 않을 경우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입찰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감사원 또한 정기적인 감사와 모니터링을 통하여 최저가낙찰제도가 시장상황에 맞게 마련되어 운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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