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숲체험장’…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 일깨워"
“‘유아 숲체험장’…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 일깨워"
  • 주선영 기자
  • 승인 2011.04.1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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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상지에 걸맞은 테마 체험장 만든다
도심 한 복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자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날 전망이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도시 아이들에게 부족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숲속 체험공간인 ‘유아 숲체험장’을 올 연말까지 총 20억원 예산을 들여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유아 숲체험장’은 1950년대 중반 덴마크를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스위스 등 유럽선진국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숲에서 자연소재를 활용한 체험과 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숲 유치원)의 형태로 활발하게 운영돼 왔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산림청에서 국유림 등을 활용해 대안교육,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일부 운영하고 있으며, 점차 수요가 많은 도시지역에서도 관심이 생겨나는 추세다.

다만, 유아교육법 상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어려워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서울시에서는 ‘유아 숲체험장’이라는 개념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유아 숲체험장 시범대상지는 자치구별 치열한 경쟁을 통해 3개소를 선정했다.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접근성·안전성·자연성·원시성·자원성 등이 우수한 곳들이다.

우선 용산구 한남동 산2-1 일대 매봉산내 유아 숲체험장 조성대상지는 도심 걷기 좋은 길로 유명한 ‘서울숲남산길’ 연결로에 연결돼 있으며 중구, 성동구와도 인접해 다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강서구 화곡동 산60-1 일대 우장산 자락은 쪽동백나무가 숲을 이루는 아름다운 지역이자 진입부에 구민회관과 광장, 주차장 등이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관악구 청룡동 산175-36 일대 청룡산 자락은 계곡부에 위치해 다양한 형태의 생태연못과 정자 등 기존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역(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관악구청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한편 설계는 기존의 현상공모의 방식에서 벗어나 협상의한 계약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 대상지에 걸맞은 테마와 스토리텔링도 구상해 나갈 방침이라 숲체험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사)나를 만나는 숲’의 박희정 박사를 만나 유아 숲체험장의 필요성과 한국형 숲체험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주선영 기자 rotei@

‘(사)나를 만나는 숲’ 박희정 박사

- 숲체험장(숲유치원)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숲유치원은 20명 정도의 통합연령 아이들이 숲을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유아교육 시스템을 말한다. 사계절 동안 날씨에 상관없이 매일 숲에서 3~4시간을 자유롭게 활동하며 다양한 자연의 구조와 색깔, 형태, 냄새,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체화해 가는 새로운 교육이다.

-유럽 등 선진국 속 숲체험장(숲유치원)은.
스웨덴의 숲과 자연교육학이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스웨덴의 한 민간 협회가 모든 연령이 연중 숲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민중운동으로 확산됐고, 덴마크까지 그 영향이 미쳤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1950년대에 졸레로드에 사는 엘라 훌라타우 부인이 자신의 아이와 이웃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숲을 찾아 활동한 것이 계기가 돼 최초로 세워진 숲유치원이다.

스위스에는 1998년 쭈리히주의 부루텐과 상갈렌에 전형적인 숲유치원이 설립됐다. 상갈렌 숲유치원에서는 초등학교 1, 2학년 과정, 방과 후 숲유치원, 숲놀이 그룹, 숲유치원 교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03년에는 바덴에도 상갈렌을 모델로 초등학교 1, 2 학년 과정인 두 번째 사립 숲학교가 문을 열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에서는 숲유치원보다 다양한 연령층의 자연 체험형 숲학교가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숲유치원은 영국, 스코트랜드, 벨기에, 핀란드 등 여러 유럽국가에서 미국과 캐나다, 일본, 한국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 국내 ‘유아 숲체험장’의 필요성에 대해.
인간에게 움직임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기본적인 행위이며 기초적인 감각을 인식하는 배움의 동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에게 동적 활동보다는 파편화된 지식섭렵을 위해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를 요구하고 있다. 지극히 수동적인 삶의 방식은 조그마한 불편함도 참아내지 못하는 나약한 아이들로 자라나게 한다. 미래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이 필수 불가결하게 지녀야 할 전제조건은 어떠한 삶의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편 숲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은 자연을 통해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호기심이 강한 아이들에게는 비 오고, 바람 불고, 새잎이 나고, 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평범하고 당연한 자연의 변화도 놀랍고 신비롭다. 숲의 조그마한 변화를 경험하고 느끼는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알고 싶다’고 하는 지적 욕구의 동기로 작용한다.

더불어 자연의 법칙과 질서에 대한 사실을 아이들 스스로 경험과 체험을 통해 인식해 가는 과정은 자연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생물 및 무생물들과 서로서로의 관계성을 깨닫는 과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또한 숲체험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유놀이 시간을 주며 숲에 널려있는 자연소재들을 이용해 자신이 상상하는 놀이를 구체화해 가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도록 한다. 그리고 반복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결과를 통해 아이들은 진정한 성취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엇이든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롭게 주어야 한다. 숲에서는 세분화 되고 파편화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자연의 총체적인 사실을 인지하는 통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교육방법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관조할 수 있는 인간 형성의 토대인 풍요로운 감정과 감각적인 경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기존 숲체험장(숲유치원) 도입 및 운영 현황은.
유럽 숲유치원은 몇 해 전부터 메스컴을 통해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기관과 단체 그리고 학회 등에서 유럽 숲유치원에 대한 강연이 개최됐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숲에서 하루일과를 시작해서 숲에서 마무리하는 유럽식 숲유치원과 같은 유형은 없고 주로 체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숲유치원 활동을 개괄적으로 나누어 보면 첫 번째로는 학부형이 일반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본인의 아이들과 함께 숲으로 가는 숲유치원이다. 주 혹은 월에 한두 번씩 날짜를 정해 일정한 장소에 모여 다함께 숲으로 가서 간식 혹은 점심을 먹으며 자연활동을 한다.

두 번째로는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이 소규모참가자를 모아 단발성 숲유치원을 개최하는 경우다.

세 번째로는 일반유치원에서 체험형식의 숲유치원활동을 하는 경우다. 정규유치원에서 인근야산이나 고원 등에 나가 활동을 한다. 이미 숲 혹은 유속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유치원도 상당 수 있다.

이외에 정부와 지자체의 차원에서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숲유치원 교육시스템을 시도한 것은 산림청이다. 특히 북부지방산림청이 주관하고 있는 ‘숲속유치원 프로그램’은 숲 해설가 선생님들이 주축이 돼 주로 협약을 맺은 인근 지역 일반유치원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진행하고 있으며 호응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와 같이 산림청이 시도하고 있는 ‘숲속 유치원’이 유럽식 숲유치원 고유의 정의에서는 다소 벗어나고 있지만, 국내 현 여건에 비추어 볼 때 숲유치원 도입을 위한 전환과정에서 위대한 시도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유아 숲체험장,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가야 하나.
숲유치원 국내도입은 또 하나의 새로운 유아교육의 토대를 구축하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 혹은 ‘새로운’이라고 하는 용어는 긍정 및 부정적인 현상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이미 국내에는 유아의 자발성과 감각적 경험을 통해 ‘유아 중심적 교육사상’을 주창한 페스탈로치와 프뢰벨, 몬테소리, 슈타이너로 이어지는 다양한 유아교육이 도입됐으나, 그 본질이 흐려져 근본목적이 흔들리는 현상이 유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외국에서 도입된 새로운 유아교육은 마치 예체능 기술의 주입식 습득이나 특정 외국어 집중강습 등으로 대변되는 조기교육 열풍과 동일하게 인식된 경향도 있다.

바로 이 부분은 유아 숲체험장의 국내 도입에 즈음해 반추해 보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선진유아교육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된 후 상업화되는 현상 또한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 봐야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배제하기 위해서 정부나 지자체는 유아숲체험장 도입을 할 때 불특정 다수가 혜택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내용적 성찰과 학문적 고찰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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