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그리고 재건축시장의 현주소
은마아파트 그리고 재건축시장의 현주소
  • 승인 2010.06.18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초, 은마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대상인 D등급을 받으면서 사실상 재건축이 허용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당초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향방을 좌우할만한 사안으로 관심이 지대했지만 이후 3개월이 지나도록 재건축시장 회복은커녕 일반아파트보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였던 은마아파트 재건축. 오래전 같으면 투기바람이 일 정도로 은마는 물론 강남권 재건축아파트값이 폭등 수준에 이르렀을 터이다.

그렇게 파급력이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허용됐음에도 시장이 오히려 침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물경기 및 전반적인 부동산시장 침체, 투자심리 위축 등 일반적인 이유가 아니라 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를 찾자면 이렇다.

먼저 지금의 재건축시장을 견인할 만한 정책적 호재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재건축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책적 호재가 뒷받침되면서 아파트값이 들썩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정책적 호재보다는 단지별 사업추진 속도나 사업성 등 개별단지의 재건축 여건에 따라 재건축시장이 움직여왔다. 그러다보니 단지 개별적인 호재가 재건축시장 전체의 시세상승력을 견인하가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은마아파트 조건부 재건축 허용도 이와 같은 논리이다. 정밀안전진단은 통과됐지만 이는 단지 특성에 따른 개별적인 호재에 불과한 것이지 정책적 호재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층재건축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은 통과됐지만 그렇다고 인근 아파트단지의 안전진단까지 무더기로 통과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부터 추진됐던 안전진단이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다 8년이 다돼서야 통과된 것처럼 오랜 동안의 기다림 끝에 얻어낸 인고(忍苦)의 결실이다.

은마아파트의 이러한 사례가 오히려 이제 막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하거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단지에게도 똑같은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함을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중층아파트의 재건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주면서 투자메리트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더불어 투자자의 투자의지를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다음으로 한동안 재건축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올랐던 탓도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전통적인 투자유망 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아왔던 종목이지만 그간의 재건축아파트값 상승으로 투자수익을 보장받기가 어려워졌다.

예컨대,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 추가부담금이 2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바, 현재 34평형 시세 12억 원에 총 투자금액은 14억원(평당 4천1백만원 정도)이 든다.

인근 재건축 단지(동부센트레빌) 시세가 평당 4천3백만원 수준에서 견주어 볼 때 재건축 후 34평형 시세는 14억6천만원으로 6천만원 정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나 그간의 기회비용이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투자가치가 제로(0) 수준이다.

물론 재건축 후 시세가 그 이상 오를 경우, 예컨대 평당 5천만원(34평형 기준 17억원)까지 상승하면 3억원 정도 차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의 재건축 단지에 비해서는 그리 큰 시세상승력이라 볼 수 없다. 게다가 투자수익을 회수할 즈음의 시장상황이 요즘의 시장상황보다 더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투자자들이 재건축아파트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주된 이유에 해당한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과거에는 재건축시장을 저층아파트가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10층 이상의 중층아파트가 재건축시장을 주도한다는 것도 악재다.

2010년 현재 서울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구수는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 아파트(1984년 준공)를 포함해 총 9만6천4백여가구로 이중 45% 수준인 4만3천2백가구가 10층 이상의 중층아파트이고 갈수록 그 비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저층아파트도 재건축사업성이 있느니 없느니, 무상지분율이 많니 적니하면서 옥신각신 다투다 재건축사업이 지연돼 재건축 추진 후 조합설립인가 되기까지 7년 이상이 소요되거나 아예 조합설립조차 안된 단지도 많은데 하물며 중층아파트의 재건축은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재건축사업성, 재건축 추진 후 입주까지의 사업기간에서 분명 저층아파트보다 열세인 중층아파트가 재건축시장을 선도하고 시세상승력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종합하면 요즘의 재건축시장은 특별한 호재 없이 재건축대상아파트라는 것만으로도 가격이 상승했던 과거와 달리 자생력이 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소형평형의무비율 적용,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아직도 재건축 활성화를 옥죄는 규제와 더불어 투자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대출규제들이 풀리기만을 바라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 규제를 풀고 안 풀고는 정책입안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투자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재건축시장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실물경기 호전도 좋지만 당장의 현실적인 해갈방안으로서의 규제완화에 대한 절실한 갈구, 바로 현 재건축시장의 한 단면이다.

이영진 이사 (닥터아파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