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골에서-물 건너간 구조개혁
낙지골에서-물 건너간 구조개혁
  • 승인 2002.10.19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제진
취재1팀장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면 비통·망각·불 등과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강(江)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증오의 강으로 불리워진 스튁스 강은 신(神)들에 있어서도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신들의 왕 제우스신은 물론 모든 신들이 이 강에 맹세를 할 경우 절대 어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즉,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스튁스 강은 신들 조차도 지키지 못할 약속이나 맹세따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불문율인 셈이다.
물론 신화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가끔은 스튁스의 강처럼 불필요한 공약(公約)의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할때가 많은 것 같다.
최근 정부는 오는 2004년 개통을 눈앞에 둔 경부고속철도의 운영권을 철도청에 위임하기 위한 ‘고속철도 자산 및 부채 인수인계 지침'을 발표하고 해당 기관에 이를 통보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같은 조치는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가장 큰 개혁작업의 하나로 평가돼
온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잠정적으로 포기하겠다는 의사로 비춰지고 있다.
국민의 정부는 지난 98년 정권 인수와 함께 적자경영과 비효율적인 철도산업의 구조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그동안 한국철도시설공단법안을 비롯해 한국철도주식회사법 등 철도구조개
혁 3법을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고속철도의 운영권도 한국철도(주)에 맡기도록 했다.
그러나 철도청 노동조합 등 노동계의 강한 반발과 일부 정치권의 정치적인 입김에 의해 구
조개혁 작업은 현재 답보상태.
이미 국민의 정부 임기동안에는 철도구조개혁이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 또한 우선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고속철도 개통에 차질을 우려해 나온 조치라고
풀이된다.
특히 올해말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교체여부에 따라 철도구조개혁 작업의 계속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정부가 부랴부랴 고속철도 운영준비에 들어가게 한 배경중의 하나다.
즉, 개혁작업의 지속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는 당초
철도구조개혁이 상당한 무리수를 두고 추진됐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스튁스강이 있다면 현실에서의 스튁스강은 아마도 국민일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과 한 약속이 하나 둘씩 지켜지지 않을 때 이미 그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돼 있다.
철도구조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예산과 인력이 동원된 개혁작업이었던가?
아마도 스튁스 강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정부의 개혁작업이 이렇게 흐지부지 추진되지 않았
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