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건설공사 안전관리 혁신되어야 한다"
“새해엔 건설공사 안전관리 혁신되어야 한다"
  • 승인 2010.01.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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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제나라 왕이 된 강태공 여상의 이야기이다.

여상은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만큼 궁색한 생활을 하면서도 어려운 가정 형편은 돌아보지 않고 책만 끼고 살아 그의 아내 마씨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보따리를 싸서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여상이 문왕을 만나 부귀공명을 누리게 되자. 이 소문을 듣게 된 마씨는 여상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이전에는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떠났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은 않해도 될 것 같아서 돌아 왔어요”

그러자 여상은 잠자코 있다가 그릇의 물을 마당에 쏟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물을 그릇에 다시 담아 보시오”

마씨는 당황해 하며 물은 그릇에 담으려 했지만 쏟아진 물은 이미 땅속으로 스며들어간 후였다.

여상은 황당해하는 마씨를 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소”

이 이야기는 습유기에 나오는 ‘복수불반(覆水不返)에 관한 이야기로 여러분도 한번쯤은 들었을 이야기일 것이다.

‘복수불반’의 사자성어를 들지 않더라도 공공 시설물 및 건설공사의 안전사고는 한 번의 부주의로 막대한 재산 및 인명 손실을 초래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및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지난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 대형 참사로 인해 752명의 귀중한 생명과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차원의 시특법(시설물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을 1995년 제정 및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직 내에 안전관리본부, 기술안전국 등의 전담 기구를 두었다.

국가 시설물의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을 설립하여 공공 및 민간시설물에 대한 안전 및 유지관리를 체계적으로 시행하여 지난 10년간 시설물 대형 붕괴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 후진국이라는 국가적 오명을 벗고 시설물 안전의 선진국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고, 우리나라가 시설물 안전에 관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물 안전 무사고 기록에 반하여, 판교신도시 연구소 가시설 붕괴(‘09.02.15), 의정부 경전철 가설크레인 붕괴(’09.07.25) 및 여의도 건축공사 현장 건설기계 사고(’09.09.11) 등 건설공사의 안전사고는 취약공종을 중심으로 계속 발생되어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제도개선, 안전관리강화 조치 등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4대강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이 확대 시행되고 있으며, 이의 조기 시행을 위한 조기발주 및 공기단축 요구 등으로 건설공사의 안전문제는 지속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건설산업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세계일류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내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여 왔을 뿐 만 아니라 지속적인 해외 진출로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잦은 국내 건설현장의 반복되는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로 인하여 국가 신인도 및 해외 건설공사 수주에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주요 국책사업 건설공사 안전관리 TF팀’을 2009년 3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구성하고 국책사업 건설공사의 일제 안전점검과 더불어 ‘주요 국책사업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각 부처별로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정기적인 안전순회교육, 현장 품질 및 안전관리 지원 등 과 더불어 현장소장 안전관리 책임제를 도입하여 현장소장에게 안전관리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안전사고 발생 시에는 관련 현장소장을 대기발령 하는 등 초강경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및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공사 안전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원인은 크게 안전관리 체계 및 제도적인 문제, 현장 작업자의 안전의식과 의사소통 문제 및 건설기술자의 시공기술향상에 따른 이해 및 검토 부족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비탈면, 터파기, 가시설 및 건설장비 등 취약공종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하여 취약공종을 중심으로 한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혁신적인 제도 및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안전사고는 절개지 및 지하 흙막이 붕괴 등의 사고가 빈발함에도 불구하고 계측에 대한 기준 없이 자체 규정이나 공사 시방서에 따라 계측을 시행하고 있으며, 설계단계에서 취약공종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여 부실 및 사고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고, 특히 신기술, 특허 및 외국신기술이 적용될 경우, 기술에 대한 이해 및 검토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발주청, 시공업체, 감리업체가 건설공사 현장의 안전관리를 실시하고 있으나 일부의 경우, 형식적으로 관리 및 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효율적인 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계속되는 건설공사의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를 사전에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하여 정부 및 산·학·연 관계자 모두가 합심하여 건설공사 안전사고 정보공유 및 원인을 분석하고,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신주열 부장 (한국시설안전공단 기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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