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심의 과정에서 공공발주자의 책임성 강화하자
입찰심의 과정에서 공공발주자의 책임성 강화하자
  • 승인 2009.12.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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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일괄입찰 과정의 비리가 지적되면서 일괄?대안입찰 방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괄입찰제도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하여 함께 입찰에 부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이다.
설계 및 시공의 일괄입찰을 통해 낙찰자 선정에 소요되는 입찰기간을 단축하고 기술경쟁을 통한 공사의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의 창의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대안입찰은 발주기관이 제시하는 원안의 공사입찰 기본설계 또는 실시설계에 대하여 기본 방침의 변경없이 원안과 동등 이상의 기능과 효과를 가진 신공법·신기술·공기 단축 등이 반영된 설계 대안으로 입찰하는 방식이다.

이들 일괄 및 대안입찰은 모두 입찰자의 설계평가점수, 입찰가격 평가점수, 공사수행능력 평가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최고득점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해외 각국에서 일괄입찰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도 일괄입찰 방식의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괄 및 대안입찰공사는 2004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일괄 및 대안입찰 활성화 노력과 일괄?대안입찰방식 자체의 장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특히 심의 과정의 비리 등으로 일괄입찰제도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일괄 입찰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국토해양위에서는 일괄입찰제도는 각종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하였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L건설의 경우 거가대교 접속도로 공사과정에서 컨소시업업체로부터 자금을 받아 로비를 시도했다고 한다.

김의원은 부패와 부조리는 재개발, 재건축, 대형국책사업까지 공공과 민간건설 사업 등 모든 건설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괄입찰제도는 설계와 가격을 동시에 평가하기 때문에 참여업체간 가격 담합과 로비를 통한 설계점수가 낙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여건을 반영하여 국토해양부는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괄·대안 설계심의 제도를 개선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일괄?대안 설계심의를 전담하는 분과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현재 발주청에 등록된 수천명의 평가위원을 대신해, 중앙위원회 약 70명, 지방 및 특별위원회 약 50명으로 구성된다.

또한 설계심의 내실화를 위하여 기술위원·평가위원으로 이원화된 현행 심의위원 체계를 단일화시킨다. 충분한 검토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위원 선정시기를 현재 당일에서 평가일 최소 20일 전으로 개선한다.

그리고 심의내용과 위원별 심의결과 공개 및 Debriefing 등 심의방법을 개선한다. 아울러 일부 위원공개에 따른 집중로비 우려 등에 대해서도 심의위원에 대한 공무원 의제처벌 등 관련법령을 개정 중에 있다고 한다.

이번 개정안은 그 동안의 비판 내용과 요구 사항 등을 대체로 잘 담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점들도 많다.

먼저 현재 준비 중이라고 하는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의 처벌과 당사자에게는 벌금 및 실형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국가계약법에서도 해당 건설업체에 대한 입찰참가를 제한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고 건설업체는 수주를 위해 모든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주를 못함으로 인한 생존의 위협과 로비를 통한 수주와 이에 따른 처벌,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적절한 처벌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처벌의 강화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근원적이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입찰·계약 제도의 선진화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정부가 발표한 심의위원 단일화 및 소수정예화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비리나 로비를 보다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은 발주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발주자가 직접 설계심의를 하고 평가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는 말 그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자문해 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공공공사의 주인(owner)은 공공발주자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일괄입찰 발주의 남용도 방지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일괄입찰 발주 대상여부에 대한 광역자치단체별 심사를 지양하고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로 결정기구를 일원화시켜야 한다. 다만 지방분권화 추세를 감안하여 단기적으로 300억원 이상의 대형공사만 중앙으로 일원화하고, 중?소규모 공사의 발주방식 결정은 지방으로 위임해야 할 것이다.

향후 건설산업의 주요 과제는 잠재력을 키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국내에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물량배분적 입찰계약제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장(場)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일괄?대안입찰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공공발주자의 책임성 강화를 통해 입찰과정을 투명화, 공정화시키고, 나아가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길 기대한다.

김명수 교수(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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